먼저 짧은 호흡이다. 정부는 올해 처음 발사를 중단했던 10월에 이어 한 달 만인 지난달 29일 나로호를 서둘러 발사대에 다시 세웠다. 그것도 발사 중단 3일 만에 다음 달에 재시도하겠다고까지 공표하는 조급함을 보였다. 2009년 1차 실패, 2010년 2차 실패에 이어 이번 3차까지 진행돼 온 과정에서 모두 10번의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한다. 정부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완벽을 꾀하지 못한 부분은 분명 잘못됐다.
러시아에 휘둘리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다. 정부는 1991년 러시아(당시 소련)와의 경제협력을 증진한다는 명목으로 약속했던 경협차관 30억 달러 가운데 14억7000만 달러를 제공했다. 1999년까지 돌려받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러시아가 1998년 외환위기로 상환이 어렵게 되면서 꺼내든 카드가 ‘액체 로켓엔진 기술’ 이전이다. 러시아는 기술 이전을 빌미로 2026년까지 나눠 상환하겠다고 우겼고 정부도 받아들였다. 그 사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고, 유가 상승으로 경제상황이 급속히 좋아진 러시아의회는 140t급 이상의 로켓엔진 기술이전을 금지하는 법안을 2007년 통과시켰다. 사실상 한국을 얕잡아 본 것으로 양국 계약이 ‘공동개발’에서 ‘시제품 조립구매’로 바뀌었다. 결국 정부가 투자한 약 5200억원 가운데 2200억원 가량을 벌어들인 러시아는 자신들의 차세대 1단 로켓 앙가라의 성능 시험을 한국에서 공짜로 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나로호 사업의 성격을 제대로 알리지는 않고, 오히려 러시아 소유의 로켓을 ‘한국 최초의 발사체’라 소개하는 것을 보면 국민을 기망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발사 시점도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3차 발사가 예정된 11월29일은 대선을 꼭 20일 앞둔 상황이다. 정부가 10월29일 발표한 다음 발사 예정기간은 11월9일~24일이다. 대선후보 등록일(25일~26일)을 하루 앞 둔 날이다. 특히 정치권은 물론 국민 대다수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예견했다. 공교롭게도 대선을 목전에 두고, 그것도 단일화 초읽기 상황에서 나로호가 모든 이슈를 잡아먹는 블랙홀 같은 역할을 했다.
상처투성이 나로호를 보면서 현 정부가 치적을 쌓으려 무리하게 추진했던 것인지, 아니면 대선 직전에 나로호가 우주로 쏘아 올려 졌어야만 했었는지 자못 궁금하다. 그동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일어났던 ‘총풍’ ‘세풍’ 등 블랙홀과 같은 정치적 사건이 머리에 스쳐지나간다. 오비이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