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근저당비 돌려줘라"… 금융권 ‘당혹’

입력 2012-11-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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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불공정 약관으로 무효" 첫 판결

금융회사에서 주택 등을 담보로 대출 받은 고객들이 부담한 근저당설정 비용을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현재 금융사를 상대로 최소 5만여명이 근저당설정비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나온 판결이다. 향후 법원이 대출고객의 손을 들어 줄 경우 10조~20조원을 돌려줘야 돼 금융권이 반짝 긴장하고 있다.

근저당권 설정비용이란 저당권(담보) 설정에 발생하는 비용(등록세, 교육세, 법무사 수수료 등)으로 그 동안 소비자(대출자)가 근저당설정비를 부담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 개정한 약관에 따라 은행이 근저당설정비를 부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1억원 대출시 근저당설정비는 70만원 안팎이다.

◇ 인천지법 “우월적 지위로 금융사 부담 고객에 전가”= 지난 27일 인천지법 부천지원 이창경 판사는 이모(85)씨가 경기 부천시에 있는 A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근저당설정 비용 7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근저당권설정 계약 때 적용한 약관에서 금융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금융사가 부담할 비용까지 고객에게 전가했다”며 “불공정 약관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어 “대출 부대비용은 대출담보인 저당권을 취득하는 피고 금융회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동안 근저당설정비 반환소송에서는 계약약관의 무효 여부와 만일 약관이 무효라면 대출자와 금융사 가운데 근저당설정비를 누가 부담해야 하는 지가 주요 쟁점사항이었다. 이번 판결은 계약약관 무효와 근저당설정비 부담주체를 금융사로 규정하며 금융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8월‘근저당 설정비 등 대출 부대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하게 한 은행약관은 불공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도 ‘2003년 1월 이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근저당 설정비 전액을 고객에게 환급하고 인지세는 50%를 돌려주라’고 결정했다.

◇ 진행중인 소송에 영향 불가피 = 이번 법원 판결은 대기중인 유사 소송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4만2000명의 금융소비자를 대표해 은행, 카드사 등 1500여개 금융회사를 상대로 근저당설정비를 돌려 달라는 집단소송을 냈다. 금융소비자원도 1만5000명의 대출자를 대신해 근저당설정비 반환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부당하게 근저당설정비를 부담했다고 주장하는 금융소비자 270명이 국민은행을 상대로 ‘설정비 4억300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1심 선고도 다음달 6일 내려질 예정이다.

◇ 금융권 “확대해석 경계…반환의무 없다”= 은행권은 신협과 은행의 사례는 다르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신협에 대한 인천지법의 판결은 고객에게 설정비 부담 여부에 따른 대출금리 차이를 설명하지 않고, 고객이 근저당설정비를 부담했음에도 대출금리 인하 등 금리 차이가 없었던 예외적인 경우”라며 “은행은 설정비 부담 여부에 따른 금리 차이를 고객에게 설명함은 물론 고객이 설정비를 부담할 때 금리인하,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부여했다”고 해명했다.

은행이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거나 고객이 손해를 입은 것이 아니므로 설정비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어 “근저당설정비용 부담에 관한 약관은 고객이 근저당권 설정비용을 궁극적으로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약관은 이를 고객이 직접 부담하도록 할 것인가(고객부담형 약관)와 금리의 형태로 반영해 간접적으로 부담하도록 할 것인가(은행부담형 약관)의 차원에서 개정돼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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