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氣살리기]경제위기 극복하려면 ‘기업을 춤추게 하라’

입력 2012-11-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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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국내도 저성장 장기화가 예상되는 등, 내년도 전망이 어둡다. 이 가운데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며 대기업을 압박하는 바람이 정치권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 야당은 대기업의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 부활 등을 공약으로 밝혔고, 여당도 역시 같은 기조의 공약을 외치며 대기업 때리기에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은 움츠려들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재계는 이미 계열사 몸집 줄이기에 나섰고 내년도 투자계획도 얼어붙을 태세다. 삼성그룹은 현재 80여개의 계열사 중 4개를 내년 초까지 정리할 방침이다. LG그룹도 현재 64개 계열사 가운데 6~7개를 연말까지 청산·매각·합병 등의 방식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또 SK도 5개 가량의 계열사를 없애는 등 대기업들은 일제히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계열사 축소는 글로벌 경기가 침체된 영향도 있지만, 차기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공약을 실천할 것이라는 전망이 결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는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제 △금산분리 등 각종 출자 제한정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삼성·현대차·롯데 등 주요 15개 그룹은 1% 남짓한 총수 지분으로 전 계열사를 지배하는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순환출자 금지는 바로 작은 돈으로 대기업을 지배하는 부작용을 줄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순환출자 구조를 끊기 위해서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삼성이 4조원대, 현대차는 6조원대라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결국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고용도 정체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여기에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험에도 노출된다. 이미 국내 상당수 대기업은 절반이 넘는 지분을 외국인이 소유하면서 막대한 국부가 매년 배당금으로 새나가고 있다.

눈을 돌려 전세계 경제상황을 살펴보자. 내년 유로존의 경우, 재정위기국가들을 중심으로 긴축의 덫에 걸려 고전이 예상되며, 채무상환에 대한 압력도 높아 여전히 위기상황을 만들 전망이다. 미국은 긴축과 경기부양의 딜레마에 처해있다. 성장률 하락으로 경기 부양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행법상 2013년에 7280억 달러의 재정긴축이 예정돼 있어 성장률 하락과 경기 하락을 피할 수 없다. 중국도 선진국의 경기부진으로 수출이 둔화되며 성장률이 8%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미 국내 대기업들은 올 하반기에 접어들며 잇따라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율을 2%대로 추락시킬 전망이며 내년도 다르지 않다. 수출기업에 큰 영향을 주는 원·달러 환율도 달러당 1100원 아래로 떨어졌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하락하는 저성장 장기화가 목전으로 다가온 것이다. 어려운 경제환경에서도 해외 글로벌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기업의 규모와 구조를 문제 삼는 것은 시기적절하지 않다는 재계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와 달리 미국·유럽·남미 등 주요 국가들은 자국 기업보호에 한창이다. 대외적 경제환경의 충격과 해외 기업들의 공세를 정부가 앞장서 막아야만 자국 기업이 맘놓고 경영을 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국가의 국민의 부(富)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기업에 대한 세금 인하 등의 정책 지원과 더불어 관세 인상 등의 보호무역 조치를 앞다퉈 내놓으며 한국을 견제하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 기업은 성공한 기업을 넘어 가치있는 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간 국내 대기업은 국가경제 발전에 누구보다 먼저 앞서 나가 일했고 걸맞은 성과를 보였다. 한 때 세계를 호령했고 국내 업체의 롤 모델이기도 했던 소니·파나소닉·샤프 등 일본 업체들은 국내 기업과의 경쟁에 밀려 도태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최근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2~6단계 평가지수가 추락하며 정크 수준으로 전락했다. 일본 업체를 누르고 한국 업체들이 그 과실을 따려는 중요한 순간에 멈춤이 있어서는 안된다. 한국의 경제민주화가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면, 일본 기업이 다시 살아나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의 역할은 나라가 어려울 때 더 빛난다. 내년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글로벌 경제 환경이 펼쳐질 것이다.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정부와 정치권 등 사회 각 분야의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기업이 춤추면 경제는 저절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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