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해외 건설 수주경쟁 ‘부메랑’ 경고

입력 2012-11-2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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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처 출혈경쟁 유도에 낚여 저가 낙찰 ‘부실폭탄’

“해외 발주처 대부분이 한국 건설사는 복수로 초청해요. 서로 경쟁을 붙여 놓으면 공사비를 깎아서 오거든요. 손 안대고 코푸는 겪이지요”

시공능력 10위권인 한 건설사 영업팀 관계자는 최근 해외 시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가 판단하는 해외 건설 적정 마진율은 약 10%정도. 하지만 국내 대형 건설사를 경쟁시키면 가격이 다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파한 발주처들이 경쟁을 유도하는 바람에 원가도 못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국가들의 부도 등 경기 위축 여파로 공사비까지 떼일 염려도 있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과다로 향후 부실 가능성이 큰 대형 건설사들에 또다른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건설사들 간 출혈 경쟁이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가 중동지역의 ‘카타르’다. 오는 2022년 월드컵 축구 개최지라 경기장 도로 인프라 등 발주가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 위축으로 수주에 목마른 대형 건설사들이 일단 수주부터 해보자 식으로 덤벼들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국가 주도사업이 많은 카타르의 발주처 횡포까지 더해 국내 건설사들이 밑지는 공사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3월 시공사가 가려진 A고속도로 인프라 개발 공사다. 카타르 B부동산개발에서 발주한 이 공사의 업계 예상 수주 금액은 3억 3000만~3억 6000만 달러. 하지만 결국 공사는 2억9000만 달러를 써낸 국내 대형 C건설사가 따냈다. 시장 적정가보다 20%나 가격이 내려간 셈이다. 또다른 국내 대형 D, E의 건설사가 이 공사 수주전에 뛰어든 탓에 터무니 없는 낙찰가가 나왔다는 후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경쟁사들과 가격 차이가 워낙 커 타 건설사와 추가적인 협상 조차도 필요없을 정도의 가격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시공사가 선정된 카타르 한 고속도로 공사도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 간 과당 경쟁으로 공사비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글로벌 경기 위축도 또다른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일부 동남아 지역의 경우 최근 글로벌 경기 위축에 주가가 폭락 하는 등 큰 타격을 입고 있어 해당 지역 진출 건설사들의 공사비 미회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해당 개발사업에 직접 투자한 건설사들은 투자비까지 고스란히 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사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건설사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이 평균 1조7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나 해외 수주 리스크까지 겹치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분양 아파트 역시 평균 4400가구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유동성 압박를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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