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연수 매력 떨어진 호주..인종차별 등 삼중고 시름

입력 2012-11-1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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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해외 유학과 어학연수로 각광받은 호주가 폭등한 물가와 빈발하는 인종차별 범죄, 유학생에 대한 열악한 처우 등으로 유학지로서의 매력을 상실하고 있다.

19일 호주 내 한국 유학생과 학부모 등에 따르면 과거 호주는 같은 영어권인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환율과 저렴한 물가, 진입의 용이성 등 덕분에 유학지로서 인기를 끌었으나 지금은 이 같은 장점이 대부분 사라졌다.

특히 광산붐에 기인한 호주의 환율과 물가의 급속한 상승은 경이적인 수준이어서 10년 전 1호주달러당 700~800원 수준이던 환율은 현재 1,128.97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미국달러의 1,091.00원이나 캐나다달러의 1,091.33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즉, 10년 전 환율이 1호주달러당 700원일 때는 100만 원을 환전할 경우 1천428호주달러를 손에 쥘 수 있었으나 지금은 같은 돈을 환전해봐야 885호주달러밖에 안된다는 얘기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호주로 조기유학 시키러 온 학부모 박예진(35) 씨는 "10년 전 내가 시드니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의 좋은 기억을 가지고 다시 왔는데 환율과 물가가 너무 올라 깜짝 놀랐다"며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10년 사이 호주의 주택 임대료도 폭등했다.

한국 유학생이나 주재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시드니 인근의 채스우드나 이스트우드, 킬라라 등의 주택 임대료는 최근 10년새 2~3배가 뛰었다.

현재 채스우드에서 방 3개짜리 유닛(아파트)을 구하려면 월평균 4천~4천500호주달러(450만~500만 원)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열악한 처우도 호주 유학의 매력을 떨어뜨리게 하는 요소다.

기본적으로 유학산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다 보니 유학생 개개인에 대해 최적의 교육적 혜택을 제공하려는 노력보다는 유학생을 대상으로 최대한 많은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유학생이 가장 많은 뉴사우스웨일스(NSW)주와 빅토리아주의 경우 자국 학생들에게 주는 교통비 50% 할인 혜택도 유학생들에게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또 아시아계 유학생이 호주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이런저런 차별로 인해 현지 대학생들과의 경쟁을 뚫고 쓸만한 직장에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시드니대에 재학중인 박원상(22) 씨는 "호주 대학은 유학생 개개인을 돈벌이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 교육적 혜택이나 취업 기회 제공 등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며 "호주에 유학하러 온 걸 후회한 적이 많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호주 주요 도시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인종차별적 범죄는 유학생들의 탈(脫) 호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2009년 멜버른에서 발생한 인도 유학생 연쇄테러사건 이후 호주 내 인도 유학생 수는 무려 69%가 급감했다. 지난 4월 시드니 도심에서 백인 10대 6명이 중국인 유학생 2명에 대해 '인종차별 테러'를 가한 이후 중국 유학생도 감소 추세다.

자녀를 호주 대학에 보낸 한 한국 대기업 주재원은 "최근 호주 정부가 아시아를 중시하겠다는 '아시아의 세기' 백서를 발표했지만 정작 호주인들의 밑바닥 정서는 백호주의 시절의 그것을 못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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