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순의 여행이야기>‘영혼의 강장제’ 라오스 루앙프라방

입력 2012-11-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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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의 마지막 피난처,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블랙홀, 영혼의 강장제. 이는 여행자들이 라오스 루앙프라방을 부르는 애칭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여행자들로부터 극진한 찬사를 받는 루앙프라방이라 한들 도시의 시계에 맞춰 움직이는 영혼을 토실이 살찌울 재간은 없다. 루앙프라방은 자연의 시계에 맞춰 깨어나고 잠드는 도시다. ‘영혼의 강장제’의 올바른 음용법은 루앙프라방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처럼 움직이는 것.

루앙프라방은 이른 새벽 ‘탁밧(탁발의 라오스말)’으로 깨어난다.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은 거리로 나서면 주민들이 맨발로 단정히 무릎을 꿇고 줄지어 앉아 있다. 공양하기 위해서다. 고요한 새벽 거리를 가르는 것은 주황색 가사 행렬. 새벽닭이 울 무렵 사원에서 출발한 승려들 역시 맨발이다. 승려들이 다가오면 주민들은 합장을 한 후 정성껏 준비해온 찰밥이나 바나나 같은 공양 음식을 승려의 발우에 채운다. 승려들은 공양받은 음식을 다시 가난한 이웃에게 나누어준다. 불심 깊은 이곳 사람들은 매일 아침 이렇게 탁밧을 통해 가진 것을 함께 나누며 덕을 쌓는다. 이에 동참하고 싶다면 그들처럼 신을 벗고 예를 갖추길. 맨발은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진정으로 감사하는 하루를 열어가는 이곳 사람들의 참된 마음가짐이다.

탁밧으로 경건하게 새벽을 연 루앙프라방의 아침은 이내 활기에 가득 찬다. 왕궁박물관과 왓 마이 사원 사이 골목에 들어선 아침시장이 가장 생생한 활기의 현장. 좁은 길에 신선한 채소와 과일, 생선 등 루앙프라방 주민의 식탁을 책임지는 온갖 식재료가 빼곡히 늘어선다. 장거리를 두고 흥정하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맛보는 라오스식 칼국수나 대나무밥이 별미.

햇살이 퍼진 도시에서 유독 찬란한 빛을 드러내는 곳이 있으면 십중팔구 사원이다. 사원의 황금빛 지붕이 해를 받아 반짝이는 것. 루앙프라방에는 80여개의 사원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데, 걸어서 돌아보기에 충분한 작은 도시인만큼 발길 닿는 곳마다 크고 작은 사원이 나타난다. 그중 백미는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히는 왓 시엥통. 1560년에 건축된 전형적인 라오스 양식의 사원으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섬세하고 우아하다.

해거름 푸시 산에 오르면 장관이 펼쳐진다. 푸시 산은 ‘신성한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루앙프라방의 심장이다. 황금 탑이 우뚝 세워진 심장의 정점까지는 328개의 계단을 거쳐야 한다. 정상에 오르면 라오스의 젖줄 메콩 강과 더불어 사는 소박한 루앙프라방의 삶이 노을에 붉게 물드는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해가 지면 거리의 교통은 통제되고 붉은 천막이 드리워진다.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야시장이 들어서는 것이다. 호객행위가 없어 주민들이 직접 수를 놓은 가방이며 식탁보, 특이한 패턴의 치마, 전통 공예품 등등의 기념품을 천천히 고를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해 마음껏 쇼핑해도 부담스럽지 않으니 여간 즐거운 게 아니다. 쇼핑 후 군침 도는 노점 먹거리에 시원한 라오비어 한잔 곁들이면 하루 여독이 싹 가신다. 손목에서 째깍째깍 울어대는 도시의 시계는 가볍게 무시해도 괜찮다. 여기는 루앙프라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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