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용어 전쟁’중 " 후보단일화 협상 vs 후보 사퇴 협상 "

입력 2012-11-1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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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후보단일화 협상 vs 후보 사퇴 협상…‘단어’신경전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말’ 전쟁이 한창이다. ‘경제 민주화’처럼 누가 들어도 수긍할 만한 용어는 여야가 서로 ‘원조’를 자처하며 선점하려 든다. 반면 서로를 깎아내리기 위해 같은 내용을 두고 다른 명칭으로 부르는 경우도 흔하다.

대표적인 게 야권의 ‘후보 단일화’다. ‘후보 단일화’라는 말 자체가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떠나 정서적으로도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단일화’라는 용어를 대체할 단어 찾기에 골몰해 왔다. 이는 한 당직자가 낸 아이디어에서 착안 해 ‘후보단일화 협상’을 ‘후보 사퇴 협상’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새누리당 안형환 선대위 대변인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문·안 두 후보 측은 단일화, 즉 ‘후보 사퇴 협상’을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하고 있지만...”이라고 했고, 이상일 대변인도 “문·안 후보 간 ‘후보 사퇴 협상’에서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의...”라고 표현했다.

후보 사퇴 협상이란 용어에 대해 아이디어를 낸 당직자는 “‘후보 사퇴 협상’이라고 부르게 되면 야권 지지층에서 비호감이 확산될 것으로 봤다”며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후보 단일화’ 대신 ‘후보 사퇴’란 단어를 사용했을 때 야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커진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 당직자는 “단일화 협상이라는 게 어차피 누가 후보가 되고 누가 사퇴를 할 것인지를 협상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정확도 측면에서 봤을 때도 ‘후보 사퇴 협상’이란 표현은 무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같은 공약을 두고 서로 정무적 판단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사례도 있다.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 중 순환출자 제재, 일감몰아주기 금지 등 대기업에 대한 개선책을 담은 공약을 민주당은 ‘재벌개혁’으로, 새누리당은 ‘대기업 규제’로 부른다.

민주당은 반 재벌 정서가 강한 유권자들에게 다소 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어필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반면 새누리당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을 위축시키는 과한 표현을 자제하는 게 산업계나 보수층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고 봤다.

용어를 둘러싼 신경전은 같은 야권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를 위해 협상 중인 실무팀의 이름을 두고 문 후보 측은 ‘협상팀’으로 칭했지만, 안 후보 측은 ‘협의팀’으로 불렀다. ‘협상’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목적에 부합되는 결정을 하기 위하여 여럿이 서로 의논함’이고, ‘협의’란 ‘여러 사람이 모여 서로 의논함’이란 뜻이다. ‘협상’이란 단어를 택한 민주당 측이 단일화에 대한 절박함이 더 크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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