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발 살려주십시오"…대치동 논술학원 단속 동행기

입력 2012-11-1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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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하신 지 한 달도 안됐는데…. 지난번에 지적받은 거 다 조치했습니다. 좀 살려주십시오."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A 논술전문학원. 교육과학기술부와 강남교육지원청 관계자들로 구성된 단속반이 학원에 들이닥치자 원장 A씨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학원에는 강의실마다 이번 주말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의 수시 논술고사를 앞두고 '막판 스퍼트'를 내는 수험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긴장감이 감도는 학원의 상담실 한쪽에서 단속반은 약 1시간 동안 수업시간표, 회계장부, 영수증 등 학원 운영과 관련된 모든 서류를 꼼꼼히 점검했다. 교육청에 등록된 사항과 다른 점은 없는지 대조 작업을 벌였다.

실제 강의하는 강사가 교육청에 등록된 강사인지 확인하려고 수업 중인 강사를 대상으로 신분증 확인도 했다.

A씨는 '다 신고하고 학원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단속에 자신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단속반의 점검 결과 불법 운영 실태가 드러났다. 5시간 분량 수업에 해당하는 수강료를 받으면서 실제 수업은 3시간 30분밖에 하지 않은 것.

학원 측은 '추가로 1시간 30분 동안 첨삭을 해준다'라고 해명했지만 현장에서 수강생들에게 확인해보니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금방 들통이 났다.

또 이 학원은 첨삭 보조 강사 20여명을 교육청에 채용통보하지 않았다. A씨는 '정규 강사가 아니어서 교육청에 등록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단속반은 "학원은 미성년자 보호 차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든 강사에 대해 성범죄 이력 조회 등을 마치고 교육청에 채용 통보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원 측은 단속반보다 학부모들을 더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A씨는 단속반이 학원을 나가는 순간까지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어머니들이 독오른 독사처럼 무섭습니다. 5분만 수업 일찍 끝나도 거센 항의가 들어와요. 학생들 수업에 방해만 안 되게 해주세요."

지난해 서울ㆍ연세ㆍ고려대에 총 300여명을 보내 대치동에서 '메이저 학원'으로 불린다는 B 논술전문학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논술 첨삭 보조강사 70여명을 교육청에 강사로 정식 등록하지 않은 것.

이 학원에서는 2시간씩 5회 수업에 50만원을 받는다고 학원 홈페이지에 광고한 '서울대 수시논술반'을 둘러싸고 단속반과 학원 관계자들이 열띤 논쟁을 벌였다.

단속반은 "교육청에 신고될 수 없는 수준의 수강료"라며 "기타경비를 포함해도 지나치게 비싸다"고 지적했다.

이에 학원 측은 "수업 한 회당 모의고사 비용이 6만원 포함돼 수강료가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속반은 모의고사 단가도 너무 비싸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학원 관계자는 A4용지 2장에 인쇄된 논술 모의고사 시험지를 들어 올리며 열심히 해명했다.

"이게 이래 봬도 6만원 짜리 모의고삽니다. 실제 서울대에서 보는 시험처럼 모의고사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많지 않아요. 연구ㆍ제작 비용이 많이 들어서 그래요."

게다가 아직 서울대가 수시전형 1차 합격자를 발표하지 않아 실제 이 반에 등록한 학생은 한 명도 없다고 학원 측은 설명했다.

결국 이날 '서울대 수시논술반'의 수강료 과다 징수 여부는 현장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단속반은 관련 서류 등을 좀 더 자세히 검토하고 나서 학원에 결과를 통보하기로 했다.

신문규 교육과학기술부 사교육대책팀장은 "수시 논술시험을 앞두고 학생들이 몰리다 보니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강의를 하는 논술학원들이 있다"라며 "적발된 학원에 대해서는 강력한 행정 처분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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