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대학] 연예인과 스포츠선수의 대학 특기자 전형의 실태와 문제

입력 2012-11-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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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스포츠 활동과 무관한 학과로 입학한 (사진 왼쪽 위부터) 유진,문근영,고아성,이상민,현주협,우지원.
건국대학교가 2013년도 입학전형 기본계획에서 연예 및 체육 특기자 선발을 폐지했다. 수시모집에서 연예, 체육 분야의 특기자 전형을 입학사정관 전형이나 다른 일반전형으로 흡수, 통합하기로 한 것이다. 건국대학교의 이 같은 결정은 그동안 입시철만 되면 논란이 돼오던 연예인 및 스포츠스타 특혜 논란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입학도 그러하거니와 입학만 하고 대학 생활을 전혀 하지 않아 유령 대학생으로 전락하는 스타들의 특기자 입학은 일반학생들과의 형평성 면에서 꾸준히 지적을 받아왔다. 스타들의 특기자 입학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연예인 특기자 전형, 실적 위주 선발

스타들의 특기자 입학은 통상 연기 전공과 실용음악 전공으로 나뉜다. 학교마다 입학 전형의 차이는 있지만 1, 2단계 실기고사와 실적(활동 내역, 방송출연 횟수, 음반발매, 무대공연 횟수 등등)이 100% 반영되는 형태다. 일반 수험생과 비교가 되지 않는 스타들의 높은 대학 진학률과 입학 학과에 대해 수험생과 대중의 불만이 높아져가고 있다.

연예인 특기자 입학 논란은 2000년 걸그룹 SES 유진이 고려대학교 서양어문학부 입학 당시 거세게 일었다. 유진의 서양어문학부 입학은 연예 활동과 연관성이 적다는 지적과 더불어 일반 학생들의 반발이 적지 않아 논쟁으로 불거졌다. 이 때문에 당시 유진은 입학 취소가 언급되는 등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후 2005년에 문근영(성균관대학교 국문학과), 2010년 고아성(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부) 등이 연예 활동과 연관이 없는 학과를 특기자 전형 및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입학해 다시 한 번 논란을 부추겼다. 연예계 일각에서는 청소년 시절 데뷔하는 10대 연예인들의 땀과 노력도 일정 부분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학계에서도 대학 입학의 다양화 및 선진화 차원에서 연예인 특례 입학은 정당하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편 여론도 만만치 않다. 대학의 연예인 입학 특기자 전형에서의 기준이 일반 학생들의 노력에 버금가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이냐에 대해 터져나오는 불만과 논란은 연예인 특기자 전형의 문제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포츠 특기자 대학전형, 대학마다 달라

8일 대학수학능력(이하 수능) 시험이 끝났다. 시험을 마친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의 예상 점수를 산출하고 발 빠르게 지원 가능한 대학교를 가늠하고 있다. 이는 체육특기생 역시 마찬가지다. 체육특기생이란 일반학생으로서 체육관련 학과 입학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아닌, 운동선수로서 대학교 운동부에 진학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많은 대학교가 야구, 축구, 농구, 배구 혹은 골프 등과 같은 개인종목에 이르기까지 여러 운동부를 운영하면서 뛰어난 고등학교 선수들을 선발하기 위해 일찌감치 움직인다. 2013년 대학입학 전형에서 체육 특기생을 진학시키는 고등학교는 78개교에 이른다. 각 대학교는 저마다 체육 특기생에 대한 나름대로의 입학사정제도를 가지고 있다. 과거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던 고등학교 3학년 재학시절 전국 규모 대회에서의 4강 이상 성적과 같은 제도는 거의 사라졌다. 단체종목 지원자는 리그출전 기록확인서, 경기실적증명서, 우수선수추천서, 개인성적표 등을 제출해야 하거나 국가대표 혹은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동한 경력을 우대하기도 한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등에 출전했던 선수들에 대해 가산점을 주는 곳도 있다. 개인종목의 경우 전국 규모 대회에서 일정 순위 이상을 기록해야 지원이 가능한 곳도 있고,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 경우로 자격을 제한하는 곳도 아직 부분적으로는 남아있다.

체육 특기생의 경우 어린시절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운동만 해왔던 학생들인 만큼 이들에게 일반 수험생과 같은 수능시험이라는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하지 않다. 인기, 비인기 종목을 막론하고 체육 인재를 양성해 국가체육 발전에 경쟁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대학교의 특기생 전형은 분명 긍정적이다. 최근에는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 스타들을 통해 효과적인 학교 홍보를 노릴 수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정원의 일부분을 차지함으로써 학창시절 내내 열심히 공부한 일부 수험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정원 외가 아닌 정원 내로 이들이 대학교에 입학함으로써 일반전형으로 입학하려는 수험생들은 지원하는 대학교의 해당 학과 정원이 줄어드는 만큼 부수적인 피해를 보는 셈이다. 대학교 체육 관련 학과의 정원이 40명이라고 할 때 특기생 5명을 받아들이면 실제 정원은 35명이 된다.

심지어 1990년대 중후반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이상민(연세대 경영학), 우지원(연세대 법학), 전희철(고려대 신문방송학), 현주엽(고려대 경영학) 등 당대 대학농구 스타들의 전공학과는 체육과는 관련이 없었다.

물론 특기생 역시 나름대로의 고충은 있다. 일찌감치 학업 대신 운동의 길을 택해 정상적인 학창 생활을 경험하지 못하고, 일부 대학교에서는 진학 과정에서 해당 대학 감독들이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과거 아이스하키계에서 대규모 부정입학 비리가 터지기도 했고, 올 여름에는 일선 대학교 배구 감독들이 특기생을 받아들이면서 금품을 수수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육부)는 지난 2000년 체육특기자 사전 스카우트 전면금지 같은 방지책을 마련했고, 특기생 줄이기와 동일 계열 학과로의 진학, 전과 허용 금지 등과 같은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방의 H대학교 입학관련 담당자는 익명을 전제로 “특기생 입학 과정에서 점찍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동기들을 함께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고, 좋은 선수일 경우 고등학교 진학 때부터 해당 선수에게 미리 입학에 대한 언질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 학생들의 정원을 줄이면서까지 특기생을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학교 발전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생각해 볼 문제다. 교육부의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특기생 입학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 역시 3년간 대학 입학을 위해 노력해 온 수험생들에게는 불만일 수밖에 없다. 사실상 성적 외에는 원하는 대학 입학이 불가능한 일반 수험생들에게는 특기생이라는 명목으로 입학하는 것이 특혜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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