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나눔 인연 함께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선행

정씨의 어머니 양애자 할머니는 1923년생으로 올해 구순의 나이다. 양 할머니는 2010년 3월 넘어져 고관절 수술을 받은 후 지금까지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치매 증상이 있는 양애자 할머니는 몸이 아프기 전부터 아파트 기부를 마음먹고 있었다고 딸 정씨는 전했다. 슬하에 2남 4녀를 둔 양 할머니는 현재 미혼인 막내 딸 정씨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양 할머니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후원하게 된 것은 1993년 한 방송을 통해서였고 몸이 불편해진 이후부터 딸 정씨가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양 할머니는 몸이 아프기 전만해도 방송을 통해 소개되는 어려운 아동들을 보면 하루에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 나눔을 실천하는 멋쟁이였다고 한다.
“평소에 이웃들을 돌보며 사신 어머님의 뜻에 따라 기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어머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죠. 그런데 2010년 어머님이 다치신 이후 어르신들은 하루 아침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년 동안 좋은 곳에 기부해야겠다는 생각에 주변 지인 분들과 그동안 논의하고 많은 고민을 한 결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굳혔죠. 그리고 어머님이 마지막으로 갖고 계신 아파트를 기부해야겠다는 결정했습니다.”
딸 정씨는 어머니가 아파트를 살 때부터 좋은 일에 쓰려고 샀기 때문에 아파트에 대해 다른 자녀들은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어머님의 뜻이기 때문에 사전에 이 사실을 알았더라도 모두가 흔쾌히 동의 했을 거라고 딸 정씨는 전하며 기부에 대해 지난 6일 법적인 절차를 모두 끝냈다. 양씨 명의의 서초구 소재 116㎡(35평) 아파트는 전세 보증금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 됐다.
“우리나라가 예전보다 살기 좋아졌다지만 아직도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많이 있어요. 아이들이 가정환경을 스스로 선택한 건 아니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할 때 상처는 정말 커요. 저희 어머니의 기부가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길을 열어 줄 수 있는 자원이 됐으면 좋겠어요.” 딸 정씨는 아픈 어머니를 대신해 작은 바람을 전했다.
사람을 키우는 일에 관심이 많았고 축복을 받았으니 다른 이웃에게 나눠야 한다는 말을 늘 했다는 구순의 양애자 할머니. 가진 것이 많아도 남을 위해 내 것을 선뜻 내어 놓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말에 딸 정씨는 어머니가 대전 소재의 신학대학교에도 건물을 기증한 적이 있다며 이번 기부가 처음이 아님을 밝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월동준비가 한창인 시점에 우리 이웃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소식”이라며 “기부자의 뜻에 따라 추후 국내외아동의 배움을 지원하는데 후원금을 소중히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