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드리운 태양광] 무늬만 녹색펀드… 애물단지로 전락

입력 2012-11-0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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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주가 전방위적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이른바 ‘녹색펀드’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수익률이 낮은 것은 물론 당초 취지와는 달리 친환경 기업보다 대형주 위주로 구성돼 있어 투자자들의 외면을 자초하고 있다.

녹색펀드는 지난 2008년 말 정부가 ‘저(低)탄소 녹색성장’을 국정 기조로 삼아 관련 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다. 한국거래소는 2010년 녹색산업지수까지 만들어 녹색산업 투자분위기를 조성했다. 증시에는 녹색테마주가 판쳤다.

녹색펀드는 친환경, 대체·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표방하고 있다. 녹색산업에 대한 민간투자를 활성화한다는 펀드의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증시에서 녹색테마주는 그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다. 녹색기후기금(GCF)사무국의 인천 송도 유치 소식 등 관련 호재가 있을 때만 반짝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녹색산업지수는 지난해에만 36.54% 급락했고 올해 들어서도 10월 말까지 10.47% 내렸다.

자연히 녹색펀드도 시들해졌다. 6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을 기준으로 친환경테마 등 녹색펀드 30개의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1.81%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2.54%)와 해외주식형 펀드(7.90%)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특히 같은 기간 태양광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태양광의 수익률은 -12.88%로 미끄러졌다. 상장이후 수익률은 -43.52로 처참한 수준이다. 웅진, 한화, LG 등 주요 대기업이 태양광 등 녹색 에너지 사업에 사활을 걸면서 공급과잉이 나타났고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녹색펀드의 수익률은 곤두박질쳤다.

이에 운용사들은 서둘러 녹색펀드에 대형주를 편입하기 시작했다. 테마주 성격이 강한 녹색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투자할만한 녹색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이유도 있다.

제로인에 따르면 8월 초를 기준으로 미래에셋녹색성장 1(주식)종류A가 가장 많이 편입하고 있는 종목은 삼성전자다. 편입비중이 20.6%에 달한다. 이어 기아차(8.29%), 현대차(6.41%)의 순으로 편입비중이 높다. 현대그린 1[주식]종류A와 NH-CA대한민국녹색성장자[주식]Class Ci의 삼성전자 편입비중도 각각 19.54%와 18.38%에 이른다. 이쯤 되면 녹색펀드가 아닌 일반 주식형펀드라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순수하게 친환경 기업에 투자하는 녹색펀드가 거의 보기 힘들어진 만큼 차라리 주식형펀드에 투자하는 게 시장수익률이라도 건지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김보나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 자산관리컨설팅부 연구원은 “녹색펀드의 수익률은 정부정책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커서 대형주로 대부분을 채운 이름뿐인 녹색펀드가 많다”며 “지금은 녹색펀드가 두드러진 특징이 없어 일반 주식형펀드로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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