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상반기 애널리스트들은 ‘태양광 업계 삼성’이라며 OCI 주가가 90만원까지는 오를 수 있을 것이란 레포트를 쏟아냈다. A증권은 87만원의 목표 주가를 제기하며 강력 추천했고, P씨는 거금을 들여 주당 61만8000원에 100주를 샀다. 애초에 목표 주가까지 오를 것이란 욕심은 없었고, 75만원선만 되면 팔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주가는 빠지더니 결국 연말에는 20만원선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모두 처분할까 생각했지만 올해 연초 증권사들의 장밋빛 분석 레포트가 또 발목을 잡았다. 이들을 다시 한번 믿은 게 화근이었다. 증권사들은 40만원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리포트를 줄줄이 냈지만, 정작 주가는 20만원 아래로 내려 앉았다. 엄청난 손실을 본 P씨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고, 다시는 태양광주(株)를 들여다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올해 연초 시장에서 가장 빛났던 태양광주 OCI에 대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3분기 어닝쇼크(실제 실적이 예상치보다 더 나쁜 것)를 기록하면서 주가는 지난달 25일 15만1000원으로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작년 4월 1일 65만7000원을 찍으며 90만원선까지 바라봤던 주가는 현재 15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연초 목표 주가 40만원을 이구동성으로 외쳐댔던 애널리스트들은 이제 10만원 후반대를 외치고 있다. 최근 KTB투자증권이 OCI 목표 주가를 21만원에서 16만원으로 대폭 낮춘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도 24만원에서 17만원으로 하향했다. 대신증권(28만원→21만원), NH농협증권(25만원→20만원), SK증권(25만원→20만원), 신한금융투자(24만원→21만원)도 잇따라 하향했다.
아무도 OCI의 어닝쇼크를 예측하지 못했다. OCI는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576억원, 3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87% 감소했다. 증권사 리서치 센터에서 제시한 영업이익 전망치인 700억원대를 크게 빗나갔고 당기순이익도 106억원으로 94% 급감했다. 특히 주력사업인 폴리실리콘 사업 부문이 사상 첫 적자를 내면서 충격을 줬다.
OCI를 쥐고 있는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매수 관점으로 접근하지는 말아야 하지만 이 가격에서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며,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 등의 모멘텀만 나온다면 바로 반등을 꾀할 수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모멤턴이 언제 부각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내년, 내후년 등으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OCI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오를 때 투자해야 하는데 그 시점을 예단하기가 어렵다”며 “당분간은 가격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4분기 실적도 400억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지환 NH농협증권 연구원도 “태양광 시황 부진에 따른 폴리실리콘 부문 이익 감소 등을 반영해 올해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5.4%와 18.8% 하향 조정하고, 내년 전체 매출액 및 영업이익도 각각 8.3%와 28.4% 내린다”고 설명했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의 현 주가는 저평가돼 있고, 4분기 영업이익은 소폭 회복된 450억원 수준이 예상된다”며 “태양전지 시장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지만 2013년 회복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박연주 KDB증권 연구원은 “향후 폴리실리콘 가격은 태양광 수요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태양광 산업의 회복은 내년 하반기 이후에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설이 완료되는 내년 3분기 이후에나 폴리실리콘 사업의 수익구조에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흑자전환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며 “폴리실리콘 사업은 2014년까지도 흑자전환이 불투명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