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우진 “끝없는 생각과 고독 속에서 주왈이 태어났죠”

입력 2012-11-0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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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과 초겨울의 사이,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배우 연우진을 만났다. 그는 조용하지만 강단있었고 차분하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뜨거웠다. 진지한 표정에서 가끔씩 피어나는 밝은 웃음과 꾸밀 줄 모르는 솔직한 말솜씨는 마주앉은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

(사진=양지웅 기자 yangdoo@)

다양한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드라마 ‘아랑사또전’에서 주왈은 가장 비극적이고 어두운 역할이었다. 그는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부터 자신이 맡은 ‘주왈’ 역할에 몰입하고 있었다. “주왈이란 캐릭터를 끌어내고 싶어서 많이 노력했어요. 밤에 혼자 돌아다니고 생각도 많이 하고…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모습이 가장 중요했거든요.”

연우진은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 흔치 않은 장르와 소재에 대한 궁금증으로 ‘아랑사또전’을 택했다. 시청률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이었지만 배우 연우진은 한층 성장했다는 평이다. 흔들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말 못할 비밀과 아픔을 가진 주왈의 내면을 시청자의 손에 잡힐 듯이 이끌어냈다.

“연기자로서 연기의 또다른 맛을 알게 해준 역할이에요. 주왈이 인간다워지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것이 목표였어요. 아랑에 대한 호기심이 사랑으로 발전했지만 그게 사랑인지도 모르고, 주체적인 삶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용기도 없는 사람이에요. 최대한 고독한 자신을 만들려고 노력했죠. 촬영이 하동에서 많이 이뤄졌는데 그 곳을 혼자 거닐면서 자신을 다잡는 시간이 많았어요.”

(사진=양지웅 기자 yangdoo@)

“물론 작품이 잘 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제 위치에서는 배우는 것이 더 많거든요. 연기하면서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편인데 그런 후회를 줄이고 싶었어요. 최상의 컨디션에서 나오는 연기가 가장 좋은 연기라고 생각하는데 그 상태를 만드는 방법을 배웠죠.“

연우진은 지금까지 했던 어떤 역할보다 주왈에 대한 연민이 강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역할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그 안에 매몰되기보다는 작품이 끝난 후 미련없이 떠나보낼 수 있었다. “전 오히려 준비기간이 길면 더 어려워하는 편이에요. 작품마다 다르지만 이번 작품은 비현실적인 요소가 많아서 이입하기 힘들었어요. 대신 빠져나오는 건 금방 되는 것 같아요.”

그의 실제 성격은 어떨까. “낯을 가리는 편이에요. 친한 사람들에겐 활발하고 장난도 많이 치지만 일적으로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는 연기자로서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이렇게 조용하고 섬세한 성격이지만 연기에 대한 도전 정신은 남다르다. “제가 해보지 못한 장르, 제가 갖고 있지 않은 면모를 지닌 역할에 끌려요. 아직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일상적인 연기는 피하고 싶다. 흔히 일어나는 일들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쉽게 가는 길은 애초에 염두에 두지 않은 셈이다. “이번에도 어두운 역할이었지만 더 어두운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연기하면서 점점 감성적으로 변하는데 그와 반대로 계산적이고 지적인 역할도 끌리고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감정을 저라는 그릇에 담아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도전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에요.”

(사진=양지웅 기자 yangdoo@)

연우진은 구르는 돌 같은 연기자다. 이끼가 낄 새 없이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이제 다시 대중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자신을 채우고자 한다.

“올해를 마감하면서 다른 모습으로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작품 들어가기 전까지는 밝은 모습으로 지내보려고 해요. 사람들도 많이 만나면서 제 안에 있는 숨겨진 부분을 끌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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