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이동훈 법무법인 에이펙스 상임고문 "대선 후보 단일화는 적법한가"

입력 2012-11-0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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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의 대선 후보 단일화에 대한 얘기는 안철수 후보가 대선출마 선언을 하기 전부터 이미 세간에 떠돌더니 최근에는 후보 단일화를 재촉하는 모임이 있는가 하면 두 후보자 간에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기선제압을 위한 기 싸움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어떤 언론에서도 후보 단일화에 대해 이를 당연시하고 있을 뿐 이를 비판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과연 후보 단일화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가?

선거에 후보로 등록하거나 후보에서 사퇴하는 것은 피선거권이 있는 후보자의 기본적 권리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후보를 사퇴하더라도 선거판의 경쟁구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후보자의 사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대통령 후보자가 도중에 일신 상의 불가피한 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후보 단일화를 통해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특정 후보자를 낙선시키고 단일 후보자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후보에서 사퇴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문제가 있다.

우선 후보 단일화는 유권자를 모독하는 정치 담합에 다름아니다. 내가 특정후보를 위해 사퇴하니 나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그 특정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하는 것은 유권자를 모독하는 짓이다.

유권자의 표는 주고받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물론 유권자도 후보자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선거판은 수많은 여론조사를 통해서 미리 모든 대결구조 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것이 예측되고 있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것이 사실상 정확하게 예상되는 상황이므로 이를 이용한 후보 단일화는 유권자를 주고받는 정치 담합에 다름 아니다.

다음으로 정치도 정치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와 그 서비스를 투표로서 선택하는 유권자인 소비자 간에 형성된 또 다른 시장이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 간의 인수합병도 경쟁법의 원리에 따라 규제할 뿐 아니라 경쟁기업끼리 시장점유율을 고정하거나 주고받기 위한 합의를 하면 이는 담합으로 처벌하는데 정치시장에서는 유력한 경쟁 후보자를 탈락시킬 목적으로 다른 후보자에게 표를 밀어주기를 위해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합의하는 행위에 아무런 제한을 가할 수 없다면 이는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

이를 규제할 법이 없어 규제를 못한다면 이는 입법권을 쥔 정치인들이 필요한 입법을 하지 않은 잘못이 있고 따라서 유권자의 이름으로 이런 행위는 엄단해야 한다.

또한 후보로 등록한 이후에 후보 단일화를 한다면 이는 타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88조의 위반을 우회적으로 회피하는 행위로서 탈법행위이다. 후보자가 타 후보자를 위해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하는 이유는 후보 등록을 한 다음 국고 지원을 받아 자기가 아닌 특정 후보자를 위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선거 과정의 공평성 면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후보 단일화의 이면에는 분명히 주고받는 모종의 거래가 있을 것이다. 후보 단일화를 아무런 대가의 약속 없이 그냥 할 리 만무하다. 사퇴의 대가로 대통령에 당선이 되면 그 무언가 대가를 주기로 할 것이 분명하다. 일전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후보 단일화에 대한 대가로 교육감에 당선된 이후에 금전을 지급한 것이 유죄로 확정되었다.

후보 단일화에 대한 대가를 금전으로 지급하면 유죄이고 금전이 아닌 대가를 지급한다고 해서 무죄일 수는 없다. 금전이 아니더라도 금전 이상의 가치있는 대가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총리직이나 당직을 주기로 할 수도 있고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권의 일부를 준다거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대선이 불과 48일 앞으로 다가 왔다. 국정의 최고책임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경륜과 능력을 겸비한 준비된 자 만이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있다. 선거판에서 요령을 부려 그 자리를 탐하려 하는 자가 있다면 이는 유권자들이 냉철하고 현명한 판단으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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