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경제공약 집중해부] 증세, 복지강화‘돈 필요’ 공감… 재원확보 방법은‘각각’

입력 2012-10-2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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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복지’는 ‘경제민주화’와 양대 축을 이루는 중요한 쟁점이다. 대선 후보들은 모두 ‘복지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침묵해왔던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주목할 것은 각 후보들의 입장 변화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증세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대신 세제 개편을 통한 실질적 세원 증가를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처음부터 주장했던 부자 증세를 통한 재원 마련이라는 기본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종합부동산세 재도입이나 소득세율 인상 등을 검토하고 있다. 보편적 증세를 주장했던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최근 전문가 집단과의 토론 과정을 통해 단계적 증세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 박근혜, 세제개편 통한 실질적 증세 효과 = 박근혜 후보는 기본적으로 증세에 부정적이다. 재정 씀씀이를 줄이고 비과세 대상 축소와 숨겨진 세원 발굴로 충분히 복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세제 개편을 통해 실질적인 증세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지난 16일 한 방송에서 “조세 부담률이 21% 수준까지 간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까지 갈 수 있지 않겠느냐”며 “조세 부담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실질 재원이 12조원 정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부가가치세의 인상을 언급했다. 그는 “1977년에 도입한 부가가치세의 경우 10%세율이 35년간 한번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증세 선회’로 받아들여지자 김 위원장은 다음날 “다음 정부 들어 새 복지 수요가 늘어났을 때 추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이럴 때 세제개편을 얘기하는 것이지 당장 증세를 얘기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차기 정부를 구성하면 예산구조와 세제를 다시 손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세제개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는 증세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도 곧바로 철회하긴 했지만 ‘부유세 신설’을 주장했고, 일부에서 소득세제 개편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 후보는 그러나 법인세 인상에는 분명한 반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 문재인, 부자증세·법인세율 상향 = 문재인 후보는 부자 증세와 법인세율 인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문 후보 캠프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부자 증세는 경제도 살리고 조세 정의도 살리는 방법”이라며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부자 증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 측은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통해 1조2000억원의 세수 증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현재 과표 2억원 미만에 10%, 2억~200억원에 20%, 200억원 초과에 22%를 적용하는 법인세율을 2억원 미만 10%, 2억~500억원 22%, 500억원 이상에 25%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보다 약간 낮기 때문에 인상 여지가 있다”며 “22%의 최고세율을 25% 정도로 높이면 몇 조원 정도의 (복지) 재원이 확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 측은 최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재도입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위원장은 “종합부동산세는 이론적·실질적으로 가장 좋은 세금”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부합산을 별산으로 바꾸되 액수 기준선을 조정해 적용하고 거래세인 취득세, 등록세는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 안철수, 단계적 증세로 입장 선회 = 안철수 후보는 ‘보편적 증세’에서 ‘단계적 증세’로 입장을 바꿨다. 최근 경제 상황이 무조건적인 증세를 주장하기엔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안 후보는 지난 19일 강원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세제 혜택을 주는 부분이 현실에 맞는지 보고 나서 세율을 올리는 것을 국민 동의 하에 진행해야 한다”며 당장 증세를 실시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안 후보가 ‘증세’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처음이다. 안 후보는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전 국민이 세금을 조금씩 더 내는 보편적 부담을 주장했다.

안 후보는 “세정의 투명성과 조세정의를 이루기 위해 정말로 불요불급한 것은 놔두되 바꿀 수 있는 건 최대한 바꿔야 한다. 그런 작업들을 하고 나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증세에 대해서는 “그것밖에 답이 없다. 우리나라의 조세 부담률이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캠프 홍종호 혁신경제포럼 대표는 “조세 및 재정개혁 후에도 복지·보육 재원을 위한 추가적 세수가 필요하다면 증세를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보편적 증세는 포기한 것이 아니라 마지막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세목을 도입하는 것보다 재벌의 비과세 특혜를 바로잡고 상속세 회피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조세정의 실현에 우선 순위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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