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골퍼’ 전성시대… 골프 치고 싶어도 친구 없어, 초보자·60대 이상 은퇴자가 대부분

입력 2012-10-2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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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동호회 활동이 유일한 커뮤니티… 필드보다 스크린에 익숙

▲'1인 골퍼'들이 늘어나면서 잠재 고객으로서 재평가되고 있지만 인식 전환과 프로그램 개발 등 해결 과제가 많다. 노진환 기자 myfixer@
경기 의정부에 사는 강모(67)씨는 올 겨울 해외골프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매년 겨울이면 해외로 골프여행을 떠나지만 함께할 사람이 없어 늘 혼자다.

최근 들어 강씨와 같이 혼자서 골프를 즐기는 ‘1인 골퍼’들이 크게 늘었다. 골프전문 여행사 쵸이스골프클럽(대표 최수영)에 따르면 해외골프투어 상품을 혼자서 예약하기 위해 문의하는 사람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60대 이상의 은퇴자로 누군가와 함께 골프를 치고 싶어도 마땅히 칠 사람이 없어 라운드를 하지 못하는 경우다. 일을 그만두면서 라운드 기회가 크게 줄었고, 친구나 지인들도 은퇴와 함께 골프를 그만뒀기 때문이다.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은 부쩍 늘었지만 아내는 골프를 치지 않고, 몇 안 되는 골프친구들 마저 먼저 세상을 떠났다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1인 골퍼’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층에서도 ‘1인 골퍼’가 늘고 있다. 이들은 60대 이상의 은퇴자들과는 달리 적극적이다. 온라인 골프카페 및 동호회를 통해 골프 커뮤니티를 형성하거나 스크린골프를 활용해 필드 감각을 익히고 있다. 특히 스크린골프는 ‘1인 골퍼’에게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팀을 이루지 않아도 언제든 혼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어 시간적·경제적인 이유로 골프를 즐기지 못하는 샐러리맨 및 젊은 초보자들에게도 인기다. 요즘은 온라인게임과 같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도 함께 라운드가 가능해 시간과 공간적 제약도 없어졌다.

‘1인 골퍼’들의 ‘아지트’는 뭐니 뭐니 해도 온라인 골프카페와 동호회다.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골프용품을 저렴한 비용으로 공동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골프친구가 없어 혼자 가입을 해도 다른 회원과의 조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라운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처럼 20~30대 젊은 층에서 ‘1인 골퍼’가 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골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또래 친구 중에는 골프에 관심이 없거나 함께 골프를 즐길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대를 불문하고 ‘1인 골퍼’들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도 생겼다.

온라인 골프장 부킹사이트 VG골프(www.vggolf.co.kr)에서는 혼자서도 골프예약이 가능한 시스템을 일본에서 도입했다. 일반적으로 필드에 나가기 위해서는 3~4명이 팀을 이뤄야 하지만 이 사이트를 이용하면 동반자가 없어도 사이트 회원들과 조인해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정치은 VG골프 총괄이사는 “라운드 후 동반자에 대한 평가 및 후기를 올려 매너가 부족한 골퍼나 개인정보를 속이는 회원에 대해 사용 제한을 강화했다”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1인 골프 예약 시스템은 일본에서도 이미 수년 전부터 보편화됐다. 사생활을 중시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만큼 회원 상호간 정기적 모임을 통해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골프 동호회 및 온라인 카페보다 혼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라운드할 수 있는 1인 골프부킹 사이트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1인 골퍼’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면서 이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들을 필드로 끌어낸다면 불황에 빠진 골프업계도 청신호가 켜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김계환 한국골프컨설팅 대표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1인 골퍼’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이지만 불황 극복을 위한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는 만큼 ‘1인 골퍼’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을 환영하는 곳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골프장은 물론 해외골프투어 전문여행사들도 ‘1인 골퍼’를 외면하고 있다. 한 골프전문여행사에서 근무하는 박모씨는 “골프친구가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성격적 결함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사람과 조인이 되더라도 컴플레인(항의)이 들어오는 일이 많아 아예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1인 골퍼’들은 낯선 사람과의 라운드가 두려워 라운드를 하고 싶어도 꺼려하고 있다. 신원 파악이 되더라도 첫 만남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버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해외골프는 더 위험하다. 낯선 사람과 조인해 해외로 떠나면 짧게는 이틀, 길게는 나흘이상 함께 라운드를 해야 한다. 성격이나 취향이 서로 비슷하다면 문제는 없지만 대부분 만족하지 못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랜 불황 속에서 ‘1인 골퍼’들이 잠재 고객으로서 재평가 되고 있지만 ‘1인 골퍼’에 대한 잘못된 인식 전환과 프로그램 개발 등 아직 해결 과제가 많다. ‘1인 골퍼’들을 필드로 이끌어내기 위한 관련업체의 두뇌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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