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서유럽·중국은 오바마…동유럽·이스라엘은 롬니 편”
미국 대통령 후보의 마지막 TV토론이 22일(현지시간) 외교 정책을 주제로 열리는 가운데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의 선전에 세계 각국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점친 외국 지도자들은 롬니 후보가 지난 3일 열린 1차 토론에서 선전하면서 두 후보 간 박빙의 승부를 할 것으로 예상되자 대선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오바마가 해외에서 광범위하게 인기를 끌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지도자가 롬니 당선에 대한 준비를 미처 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서유럽에서는 롬니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워싱턴DC 소재 공공정책 기구인 저먼마셜펀드(GMF)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럽인의 75%가 오바마 승리를 예상했고 롬니는 8%에 그쳤다.
보수주의 정당 지도자들 역시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에 편향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의 채무 위기 국면에서 오바마 행정부와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해온 많은 지도자가 롬니가 당선되면 원점에서 재설정해야 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롬니는 유럽 국가들을 오바마가 건설하려는 ‘큰 정부 사회주의 국가’의 상징이라고 지적해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어릴 적 영웅이 로널드 레이건이었음에도 오바마 승리를 선호한다고 WP는 분석가들을 인용해 전했다.
그가 속한 독일 집권 여당인 중도우파의 기독민주당(CDU)은 전통적으로 미국 공화당과 정책 노선이 비슷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세금 인상과 정부 지출 축소를 통한 재정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왔다.
영국 보수당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역시 롬니와 공화당이 사회 현안에서 점점 우익화하면서 공감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여긴다고 WP는 설명했다.
롬니가 런던 올림픽 때 영국을 방문해 “준비가 덜 됐다”고 지적하고 캐머런 총리가 이에 반박한 점도 둘 사이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중국의 미국 대선에 대한 관심은 2008년 때보다 커진 게 사실이지만 10년 만에 한 번 있는 자국의 정권 이양 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은 두 후보 중 누가 이길 것이냐보다는 오바마와 롬니 후보의 ‘중국 때리기’에 더 집중하고 있다.
두 후보가 중국이 환율을 조작한다거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은 물론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공박하면서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WP는 중국이 자국에 대한 비난의 톤을 낮추기 어려운 후보의 당선을 우려하고 있다고 예상했다.
롬니의 대통령 당선을 원하는 지도자와 국민도 있다.
동유럽은 러시아와의 싸움에 미국 공화당이 더 동정적이라고 여기고 있다.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 여름 롬니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오바마 중동 정책에 의구심을 보이는 이스라엘 국민은 롬니를 응원한다고 WP는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초당적 입장을 취하려 하지만 그는 롬니의 수십년지기이고 오바마와의 관계는 냉랭해졌다는 평가다.
다른 중동 국가는 국내 문제로 미국 대통령이 누가되건 중동 정책은 늘 똑같다고 여기고 있다고 WP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