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점령한 '19금']"요즘 TV, 자녀와 함께 못 보겠네"

입력 2012-10-1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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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은 노출 경쟁…드라마는 선정성 경쟁

“나 오빠랑 자고 싶어. 내 몸이 원하고 있어”(tvN ‘로맨스가 필요해’) “상대방 동의 없는 애정행위엔 관심이 없다. 난 리액션이 중요한 사람이라”“짝사랑하는 남자는 딴 여자와 자면 안됩니까?”“세상 어떤 남자가 술 취한 여자를 곱게 집에 데려다 주죠?”(SBS ‘신사의 품격’) “생소한 곳에서 부부가 사랑을 나눠야 한다. 싱크대 밑이나 식탁 대리석 모서리가 좋다”( SBS‘고쇼’) 골프 코치로 나서 여자의 몸에 밀착해 골프 지도를 하고 야한 동영상에 집착하며 색드립(성적 농담)을 하는 신동엽이 종횡무진(tvN ‘SNL코리아’)하고 남녀 출연자가 수영복차림으로 혼욕하는 장면(MBC ‘정글러브’)이 화면을 장악하며 남녀 배우가 실오라기 하나 거치지 않은 상체를 부비며 적나라한 베드신(SBS ‘대풍수’)을 연출한다.

빅뱅의 지드래곤은 최근 발매를 시작한 미니앨범에 욕설이 들어간 곡 ‘그XX’를 발표하면서 자발적 ‘19금(禁)’을 요청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졌다. ‘널 너무나 사랑해서 난 커텐을 쳤어/새빨간 니 입술’등의 내용으로 리쌍의 ‘TV를 껐네’는 청소년유해매체 판정을 받는 것을 비롯해 19금 판정 노래가 속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0대 미성년자가 포함된 걸그룹에서 다리를 쩍 벌리는 동작이 포함된 쩍벌춤을 아무렇지 않게 추고 카라, 시크릿, 씨스타 등 아이돌그룹들의 노출 강도 경쟁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올 들어 스크린을 강타한 트렌드중 하나가 19금 성인영화의 홍수다.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영화는 ‘간기남’‘은교’‘돈의 맛’‘후궁’등이다. 이들 영화는 관객의 반응도뜨거웠다.‘간기남’은 124만여명, ‘은교’는 134만여명, ‘돈의 맛’은 115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후궁’은 300만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대중문화는 요즘‘19금’ 전성시대다. 물론 이전에도 19금 대중문화는 존재했다. 올 들어 19금의 대중문화는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 성적 코드를 내장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왜 이처럼 성적 코드를 내장한 19금 대중문화가 범람하는 것일까.

인터넷 등을 통해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성적코드의 콘텐츠가 대량유통되면서 이에 대해 익숙해지고 시대상황에 따라 표현의 영역이 확장된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한 성적인 소재로 금기에 도전해 표현의 범위를 확대하고 소재를 확장하려는 창작자의 노력들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작진이 일시에 강력한 관심과 눈길을 끌 수 있는 강력한 성적인 19금 코드를 전면에 내세워 흥행 마케팅을 노리는 추세가 심화된 것도 19금 콘텐츠 홍수의 한 원인이다. 그리고 지드래곤의 ‘그XX’에 대한 자발적 19금 요청 때 촉발된 관심과 논란처럼 19금 그자체로 논란과 화제가 되는 속성도 19금 대중문화를 만개하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제적 상황과 노동의 강도의 변화를 19금 대중문화 콘텐츠의 범람의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실업과 취업난이 심해져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육체적 노동의 강도가 강해지면서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즐거움에 더 집중하고 그것에 얻는 재미가 크기 때문에 강력한 성적 코드를 내장한 19금 대중문화가 급증한다는 것이다.

19금 대중문화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빈번하게 일고 있는 성범죄와 19금 콘텐츠를 연관시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선정적인 대중문화 콘텐츠가 대중 특히 청소년들에게 왜곡된 성의식을 심어주고 정서를 황폐화 혹은 범죄를 조장한다는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사람도 늘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19금 대중문화 콘텐츠가 대중의 욕망과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반론도 펴고 있다. 색드립(성적인 농담)의 달인으로 19금 선풍을 몰고 온 신동엽의 말이다. “성적인 내용을 좀 더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다뤘으면 합니다. 공개적으로, 건강하게 말이죠. 숨긴다고 감추는 것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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