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신규 출자만 금지"…문 "기존 출자 3년 유예 자율해소 유도"…안 "재벌 주식매각 통해 기존 출자 해소"
순환출자는 일반적으로 A→B→C→A와 같이 연쇄적으로 출자가 이뤄지는 것으로 상호출자의 변형된 형태다. 예를 들어 같은 기업집단 내에서 자본금이 100억원인 A사가 B사에 50억원을 출자하고, B사는 C사에 30억원을 출자하며 C사는 다시 A사에 1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이다. 이런 순환출자를 통해 A사는 자본금 100억원으로 B사와 C사를 지배하는 동시에 (장부상) 자본금이 110억원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순환출자는 이처럼 대규모 기업집단이 계열사를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지만 일부 재벌기업과 총수는 이를 악용해 소규모 자본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각 대선후보 진영이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중 순환출자제도를 가장 먼저 손보겠다고 나서는 것도, 재계에서 크게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 대선 후보 진영은 신규 출자는 금지하되, 기존 출자에 대해서는 조금씩 입장이 다르다.
박근혜 후보의 경우 기존 순환출자는 그대로 놔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지난 9월 4일 “소급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명히 말했다.
기존 출자는 (정부가) 허용한 것으로, 그걸 믿고 (대기업이 순환출자 투자를) 한 것도 있고 그걸 소급하려면 (순환출자) 고리를 다 끊기 위해 어마어마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어떤 경우엔 10조원 이상이 들어야 한다”면서 “그 10조원을 일자리에 주는 게 국민에 더 도움이 되는 거지 그걸 다 소급해서 끊느라고 많은 자금을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의 생각과 달리 당내에서는 기존순환출자에 대해서도 어떻든 제한을 두겠다는 움직임이 있다. 기존 순환출자의 점진적 해소를 유도하기 위해 기존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지난 11일 “기존 순환출자의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개 있다”면서 “경제에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순환출자에 관한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입장은 세 후보 중 가장 단호하다. 문 후보의 순환출자에 대한 인식은 지난 11일 재벌개혁 정책 발표장에서 한 말에서 드러난다. 문 후보는“소수의 지분으로 지배력을 유지하며, 계열기업을 확장하고 경영권을 편법적으로 승계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신규 순환출자는 즉시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3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자율적으로 해소하도록 유도하되 미이행시에는 해당 순환출자분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 경우 삼성, 현대차그룹 등이 가장 타격을 받게 된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일단 신규순환출자에 대해서만 금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다고 기존출자에 대해서 무조건 인정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재벌이 자율적으로 주식매각 등을 통해 기존출자를 해소하도록 유도한 뒤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엔 개입하겠다는 게 안 후보측 생각이다.
안 후보측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기존순환출자와 관련 “기본적인 생각은 주식 처분 계획을 내놓고 단계적으로 매각하도록 하는 것인데, 시행여부는 재벌개혁의 성과와 국민경제와 동행 반전을 감안해서 도입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이와 관련“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어려운 재벌은 소수이고 대부분의 재벌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전체 재벌구조에서 요건을 완화해서 중소대기업 집단이 성장 가능하도록 하는 것처럼 기존순환출자 해소도 소수의 몇 그룹에 해당하기 때문에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