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로 착공 지연…281곳선 행정소송도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삐거덕거리고 있다. 부동산 침체 등의 여파로 전체 사업장 10곳 중 4곳에서 착공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상태다. 특히 10년 뒤 노후 아파트가 200만 가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0일 국토해양부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6월말 현재 노후·불량건축이 밀집한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전국에서 재개발 사업(937곳)과 재건축 사업(479곳)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38.3%인 541곳이 착공지연이나 중단된 상태다. 이중 재개발은 371곳, 재건축은 170곳이다. 문제는 281곳에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재개발 202곳, 재건축 79곳에서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 중 인천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16곳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인데 59.5%인 69곳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중단됐기 때문이다.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사업장도 28곳이나 된다.
경기도 지역도 마찬가지다. 올 6월말 현재 경기도가 추진하는 312곳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가운데 31.1%인 97곳의 사업장이 지연 또는 중단됐다. 행정소송 중인 곳은 26곳이다. 부천 춘의 1-1구역 재개발 사업지는 주민 요청으로 조합설립 인가가 취소된 바 있다. 지난 9일에는 의정부 금의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 지정이 해제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사업을 중단하는 곳이 속속 늘고 있다.
지방이 더 심각하다. 지방에서는 재개발 392곳, 재건축 202곳으로 모두 594곳에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60% 이상의 사업장에서 한발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은 지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가 2022년쯤 200만 가구를 돌파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 아파트가 2010년 기준 12만3000가구였으나 1990년대 초반 신도시 아파트가 쏟아져 나오면서 2020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집값 상승의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는 탓에 개발이익을 기대하고 재건축 등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2년 현재 서울 시내 재정비 사업지구의 가구당 평균 추가부담금이 1억3000만~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한 사업을 포기하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출구전략에 속도를 내서 포기할 사업장은 빨리 포기하도록 만들던가, 조합원들이 작은 평형의 아파트를 배정 받아 분담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