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 가운데 맏형 박찬욱(49) 감독은 ‘스토커(Stoker)’로 할리우드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9월 1일 크랭크인 했고 내년 3월 현지 개봉 예정이다. 1년이 넘는 긴 여정을 지나왔다. 현재 모든 작업을 마치고 할리우드 차기작 준비를 위해 국내에 머물고 있다.
‘스토커’는 총 제작비 120억 원대로 할리우드 시각에선 소규모 영화다. 하지만 출연진은 블록버스터에 버금간다. 니콜 키드만, 매튜 굿, 더모트 멜로니, 미아 와시코브스카 등 쟁쟁하다.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촬영된 ‘스토커’는 인적이 드문 시골마을 외딴 저택이 배경이다. 모녀가 사는 조용한 집에 삼촌이 나타난다. 이 공간은 순식간에 두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로 미묘한 삼각구도가 형성된다. 박 감독의 특성상 19금 코드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삼촌역의 매튜 굿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니콜 키드먼이 아주 외설적인 짓을 할 것이다”며 영화 전반의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박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란 의미도 있지만 ‘스토커’가 더욱 화제를 모았던 이유는 국내 미드의 교본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앤트워스 밀러가 영화의 초고를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박 감독은 “‘사이코’의 앤소니 홉킨스 연기에 버금가는 매튜 굿의 연기를 주목하라”며 영화의 관람 포인트를 전했다.
박 감독과는 스타일면에서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김지운(48) 감독은 지금까지 무거운 느낌의 작품으로만 팬들과 만나왔다. 데뷔작 ‘조용한 가족’부터 ‘반칙왕’ ‘쓰리, 몬스터’ ‘장화홍련’ ‘달콤한 인생’ ‘악마를 보았다’까지. 대부분 마니아층을 위한 영화에 집중한 면이 크다. 가장 대중적인 코드의 영화가 ‘놈놈놈’이었다. 할리우드 데뷔작 ‘라스트 스탠드’는 ‘놈놈놈’과 연장선상에 있기에 좀 더 수월할 듯하다.
영화는 라스베거스 감옥에서 탈출한 마약 갱들이 FBI 추격을 뚫고 뉴멕시코 국경으로 향하고, 국경 근처 작은 마을에서 예상치 못한 아주 쎈 상대를 만난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김지운식 미국판 ‘놈놈놈’이다.
김지운의 ‘라스트 스탠드’가 화제를 모으는 것은 아무래도 주인공인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복귀작이란 타이틀 때문일 것이다. 65세 나이를 잊은 듯 현장에서 맨몸 액션을 불사하며 국경지대 마을을 지키는 보안관 역을 충실히 소화해 냈다는 후문이다. 당초 ‘테이큰’ 시리즈의 리암 니슨이 주인공이었지만 교체됐다. 김 감독은 “(리암 니슨이기에) 내 스타일인 어두운 영화가 될 뻔 했다. 하지만 지금은 좀 가볍고 유쾌한 영화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에서 편집을 끝낸 뒤 사운드 믹싱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개봉은 내년 1월 중순께다.
막내 봉준호(43) 감독의 신작은 앞선 두 감독의 영화에 비해 관심도면에선 비교 불가를 선언한다. 지난해 초부터 언론을 통해 언급된 ‘설국열차’다. 프랑스 동명 코믹스 원작이다. 추정된 기본 제작비만 4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가 얼어붙은 미래가 배경이다. 살기 위해 사람들은 1001량이나 되는 ‘설국열차’에 탑승한다. 열차 뒤 칸에는 빈민층, 앞 칸에는 부유층들이 탄다. 일직선으로 길게 늘어진 기차는 하나의 계급 사회다.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를 통해 얼어붙은 사회의 축소판을 그리려는 지도 모른다. 그는 “아주 야만적이고 엄청나게 다이나믹한 영화가 될 것이다. 더 이상의 기차영화는 없을 것이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워낙 대작인 탓에 글로벌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설국열차’는 사실 한국영화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국내 배우는 ‘괴물’에서 부녀 사이로 나온 송강호와 고아성 뿐이다. 반면 크리스 에반스를 비롯해 틸다 스윈턴, 옥타비아 스펜서, 존 허트 등 이름만으로도 관객들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 세계적인 명배우들이 총출동한다.
박찬욱 감독이 대표인 모호필름이 국내 제작사로 참여하며, 워낙 큰 프로젝트이기에 ‘주식회사 설국열차’가 설립돼 해외 투자를 진행했다. 국내에선 CJ엔터테인먼트가 부분 투자로 참여했다. 체코의 대규모 세트장에서 90% 이상 촬영됐으며, 영화 속 모든 대사도 영어다. 현재 국내에서 편집 작업을 진행 중이며 국내 개봉은 내년 여름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