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시즌 퀸즈파크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 사실이다. 박지성을 비롯해 데비이드 호일렛, 앤드류 존슨, 에스테반 그라네로, 훌리오 세자르 등이 합류했지만 기본적인 선수층이 엷어 주전과 비주전 선수간의 기량차가 큰 편이다. 새롭게 가세한 선수들 역시 합류 시기가 비교적 늦었던 탓에 조직력을 끌어올릴 시간도 없이 시즌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주전급 선수들이 아직까지 제대로 된 조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무승이 이어지면서 자신감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팀 분위기까지 가라앉아 퀸즈파크에게는 더욱 힘든 향후 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반부터 부진에 빠짐에 따라 중하위권팀들도 퀸즈파크를 승점 3점의 대상으로 삼아 총력전을 펼칠 것은 분명하다. 하루 빨리 시즌 첫 승을 거두지 못한다면 퀸즈파크의 부진은 더욱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지난 시즌의 퀸즈파크는 사실 큰 관심사가 아니다. 하필 박지성이 올시즌 합류하면서 출발이 좋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박지성은 국내 팬들에게 있어 단순한 한 명의 축구 선수가 아니다. 자의든 타의든 박지성은 한국 축구사에 큰 획을 그은 초대형 스타다. 세계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리그 우승 등을 두루 경험했던 박지성이다. 향후 한국에서 그와 같은 커리어를 가진 선수가 등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들 정도다.
맨유에서 박지성의 역할은 붙박이 주전이었다기보다 냉정하게 말해 12번째 혹은 13번째 선수였다. 매 시즌 우승을 노릴 정도로 상위권 전력이었고 챔피언스리그와 컵대회 등을 병행해야 하는 만큼 활동량이 왕성한 박지성의 활용도는 매우 높았다. 하지만 퀸즈파크에서 박지성은 더 이상 12번째 선수가 아니다. 팀의 간판선수이자 입단 첫 시즌 곧바로 주장으로 중용됐다.
이미 PSV 에인트호벤과 맨유 등을 거치며 유럽에서만 10년간 성공적인 활약을 해 온 만큼 친화력이나 리더로서의 자질은 충분히 갖춘 박지성이다. 하지만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박지성은 팀 공격의 시발점이 되거나 활로를 열어줄 수 있는 스타일의 선수가 아니다. 엄청난 활동량으로 상대팀의 공격수를 일차적으로 봉쇄하거나 팀 내 간판 공격수들에게 수비가 집중될 때 이선에서 공격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플레이스타일이자 장점이다. 박지성의 역할에 따라 팀 공격이 살아날 여지는 애초부터 크지 않은 셈이다.
현재 퀸즈파크는 수비진이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공격 역시 최악이다. 4골, 13실점이라는 기록이 이를 잘 말해준다. 현재 최악의 경기력을 이어가고 있는 퀸즈파크에게 있어 박지성의 역할론을 거론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주장이라는 직책으로 인해 다른 선수들보다 부진한 모습이 더 크게 부각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팀이 박지성에게 원한 것은 폭발적인 득점력이나 높은 골 결정력이 아니었다. 명문 팀에서 오랫동안 몸담으며 큰 경기를 두루 경험했던 만큼 내적인 조율과 화합을 원했다. 부진한 경기력에 대한 비판은 박지성뿐만 아니라 팀 내 모든 선수들이 함께 받아야만 하는 부분이다.
최하위 퀸즈파크는 앞으로 웨스트브롬위치, 에버턴, 아스널 등과 차례로 리그를 소화하게 된다. 주장으로서 박지성은 현재까지 나무랄 데 없는 선수단 통솔력을 보이고 있다. 적어도 선수단 내부적인 문제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향후 일정상 결코 만만한 팀이 없지만 퀸즈파크는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만 하는 시점이고 승리를 거둔다면 전력은 어렵지 않게 정상 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캡틴 박’ 역시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진정한 주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고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