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명민 "'간첩'도 결국 사람 아닌가요"

입력 2012-09-2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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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노진환 기자
배우 김명민에게 연기를 논하는 것 자체가 이젠 지겨운 질문이다. 그럼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고민을 했다. 배우 김명민이 출연한 영화 ‘간첩’이 지난 20일 개봉했다. 개봉 당일 저녁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꽤 오랜 시간 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를 건네 왔다. 맞잡은 손이 떨어지기도 전에 “영화 재미있었나”란 질문을 오히려 해온다. ‘김명민 같은 배우도 흥행 걱정을 하나?’ 오히려 의아스러웠다. ‘배우 김명민인데…’

▲사진 = 노진환 기자
그는 “이미 수차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인데 ‘연기 본좌’란 말을 제일 싫어한다. 결국 ‘김명민이 나온 작품은 기본은 먹고 간다’는 인식이 생겨 버렸다. 그래서 오히려 작품을 끝내고 나면 너무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말한다. 개봉 당일인 이날 ‘간첩’은 박스오피스 2위로 스타트를 끊었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해주자 “진짜인가”라며 다소 반색했다.

‘흥행에 대한 부감담이 큰가’란 질문에 김명민은 “난 배우란 직업을 가진 하나의 직장인이다. 내가 맡은 일에 대한 결과가 좋지 않다면 당연히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최근 그 결과의 굴곡이 심해서 마음고생이 좀 있었다”며 솔직한 속내를 내비쳤다.

▲사진 = 노진환 기자
사실 그렇게 보면 김명민에게는 한 가지 아킬레스건이 있다. ‘연기 잘하는 배우’란 걸출한 타이틀이 때론 그의 발목을 잡아 예상치 못한 흥행의 결과를 이끌어 냈다. 대표작이 영화 ‘페이스메이커’다. 당시 틀니까지 제작해 캐릭터를 표현하는 강수를 뒀지만 흥행 결과는 좋지 못했다. 반면 ‘날로 먹을 각오’를 하고 출연한 ‘연가시’는 예상 밖의 대박을 터트리며 김명민을 흥행 배우로 올려놨다. 이젠 ‘간첩’ 차례다. 물론 기대감은 ‘연가시’와 같은 결과란다.

김명민은 “솔직히 ‘정말 열심히 했다. 잘 봐 달라’는 말은 이젠 너무 식상한 멘트 아닌가. 대한민국처럼 영화에 솔직한 관객도 없는 것 같다. 재미없으면 가차 없다. 반면 재미가 있으면 다른 기준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나름의 분석을 내놓는다.

▲사진 = 노진환 기자
이쯤에서 ‘간첩’ 얘기로 빠져 들어갔다. 남파 22년차의 북한 비밀 공작원인 ‘김과장’ 역이다. 간첩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간첩이 아니다. 생활고에 시달리고, 그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을 드나들며 불법 비아그라를 판매한다. 때론 불법주차로 차가 견인돼 시원스럽게 욕지거리를 쏟아내는 모습도 보인다. 집주인의 전셋값 인상에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진짜 ‘간첩’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김명민은 “간첩도 사람이다. 아마도 우리 주변에 있는 진짜 간첩들도 영화 속 배역들의 고민처럼 그러지 않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간첩은 간첩이다. 중간 중간 폭발력을 숨겨 뒀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응축된 감정을 터트린다”고 설명했다.

코미디와 드라마와 그리고 액션을 넘나드는 그의 연기는 안봐도 비디오일 정도로 빼어남을 자랑한다. 특히 발군의 코미디 감각은 다시금 그에게서 ‘본좌’란 타이틀을 끄집어내기에 충분해 보일 정도였다.

▲사진 = 노진환 기자
‘정말 웃겼다’는 말에 예상 밖으로 손사래를 친다. 코미디적인 부분은 양념이지만 “절대 웃기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고 설명한다. “너무 웃겼다” 혹은 “예상 외로 안웃겼다”는 말이 가장 힘들다고.

그는 “김과장 역이 많이 희화화된 부분이 없지 않다. 당초 영화에선 김과장의 과거 장면이 있었다. 내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된 점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밸런스를 봤을 때는 편집을 결정한 감독님의 선택이 옮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간첩’의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과는 ‘파괴된 사나이’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이다. 같은 감독의 영화에 연이어 출연한 것은 데뷔 후 처음이다. 김명민은 “출연 분량을 아주 작게 해준다고 해서 출연했는데 이번에도 속았다”며 웃는다.

▲사진 = 노진환 기자
올해는 영화가 아닌 안방극장을 통해 팬들과 만나게 된다.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이다. 이번 작품 역시 전체 분량의 90% 이상이 그의 몫이란다.

김명민은 “나도 조연이나 카메오 출연 같은 것에 욕심이 있다. 그런데 제의가 없다. 제의 좀 많이 해 달라. 근데 이 멘트 너무 건방져 보이는 것 아닌가”라며 쑥스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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