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아하, 워런 버핏! 7회… 어느 산업이 성공 확률이 높은가

입력 2012-09-2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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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 버핏연구소장ㆍ온라인 투자 웹진 핑크 페이퍼 발행인

한국에는 시장을 지속적으로 이기고 있는 성공한 개인 투자자들이 존재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적어도 세자릿수인 것은 분명하다. 수년전 나는 이들의 성공 스토리를 모아 책으로 낸 적이 있는데, 그때 이들에게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 뭔지를 질문해본 적이 있었다. 1년이 지났을 무렵, 이들이 언급한 28개 종목의 수익률을 조사해봤다.

물론 결과는 탁월했다. 이들 28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33%로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를 22% 포인트 초과 달성했다.

이들 28개 종목을 수익률이 탁월한 것, 그저 그런 것, 손실이 난 것으로 분류해 다시 한번 조사를 해봤다. 이때 얻은 결과가 흥미로웠다. 손실이 난 종목군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같은 첨단주가 많은 반면, 수익률이 탁월한 종목군에는 음식료, 의류 같은 같은 굴뚝주가 다수 포진해 있었다.

투자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이 결과가 실은 워렌 버핏의 투자법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버핏은 굴뚝 기업 투자를 통해 오늘의 부를 쌓았고, 지금도 굴뚝 기업에서 그의 부가 창출되고 있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 계열사들을 살펴보면 저스틴 부츠(신발), 데어리퀸(아이스크림), 프루츠 오브 더 름(의류), 시즈캔디 등으로 온통 굴뚝 기업이다. 그가 미국의 정보 기기 회사 IBM이나 중국 전기차 업체 BYD 같은 첨단주를 매입하면 그 자체가 화제가 될 정도이다.

왜 미국의 주식 시장에서건, 한국의 주식 시장에서건 굴뚝주가 투자 성공 확률이 높은 걸까?

버핏은 이를 인지 범위(circle of competence)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지 범위란 내가 잘 알아낼 수 있는 영역을 말한다. 인간은 시간과 재능의 한계 때문에 이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 수는 없으며, 자신이 잘 알 수 있는 범위 이내에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높다. 이것이 인지 범위의 핵심 개념이다.

버핏이 첨단주에 좀체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첨단주가 자신의 인지 범위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버핏은 10년 정도 앞을 내다보고 기업이 얼마나 수익을 낼지를 예측한 다음, 그것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데 첨단주에 관한 한 버핏은 10년 앞을 예측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투자할 수가 없다.

굴뚝주는 그렇지 않다. 지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스크림, 음료, 패션은 향후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입맛과 기호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핏은 굴뚝주 투자를 선호한다.

그런데 현실 투자 세계를 살펴보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첨단주이다. 무언가 화끈하고 성장성이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이다. 첨단주 투자를 권유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국내의 어느 투자 전문가는 1990년대 휴대폰 등장 초기에 휴대폰 기기의 대중화 가능성을 확신하고 투자에 나섰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첨단주 투자가 고수익을 가져다 준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요즘 뜨고 있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훌륭한 투자 대상이다. 그런데 실제의 투자 성과는 다르게 나온다. 왜 그럴까? 앞서 언급한 대로 인지 범위 때문이다.

1990년대의 한국인들은 누구나 휴대폰이 향후 수십년동안 성장 산업이 될 것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런 정도의 분석으로는 수십 개의 휴대폰 기업 가운데 생존 기업을 가려낼 수 없다는 점이다. 당시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 누리텔레콤, 온세텔레콤 등 지금은 파산했거나, 흡수합병됐거나, 사업 영역을 바꾼 수십개의 휴대폰 관련 기업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확률적으로 따지면 당시 한국이동통신에 투자하지 말라고 조언한 전문가가 오히려 현명한 조언을 한 것이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가 요즘 뜨고 있다. 이 기업들의 성장성, 시장 점유율, 경쟁의 진행 양상을 비롯해 수십 가지 요소에 폭넓게 파고들 자신이 있다면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자신의 인지 범위를 알고 그 이내에서 머무르는 것이 시간 대비 효과적인 투자법이다.

버핏은 1996년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현명한 투자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복잡하지도 않다. 투자자는 선별된 기업들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능력이다. 여기서 '선별된'이라는 말이 중요하다. 여러 분이 모든 기업에 대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많은 기업을 잘 알 필요도 없다. 오로지 자신의 능력 영역 내에 있는 (선별된) 기업들만 평가할 수 있으면 된다. 영역의 크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그 경계를 정확히 아는 것은 필수이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은 1,800여개이다. 이 원(cricle) 안에 50개 이하의 기업만 들어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계를 잘 설정해야 하며, 원을 너무 크게 그리지 않도록 주의하라. 이 원 안에 있는 기업들 가운데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거나, 이익이 개선되는 기업을 고른다면 성공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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