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100억 달러 수출달성 어렵게 되자 기업들 부르더니…

입력 2012-09-2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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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 하려면 뭣하러 대책회의 합니까?”

“당장 수출을 늘리기는 어렵고, 내년이나 돼야 좀 나아질 듯 하다”는 한 수출기업 관계자의 말에 농림수산식품부 서규용 장관이 화가 단단히 났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농림수산식품 수출 목표치를 100억 달러로 잡았지만 지난 8월말까지 목표액의 절반을 채우지 못한 49억9000만달러를 수출하는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자 농식품부는 목표 달성 독려를 위해 aT, 검역검사본부, 농협중앙회, 대상FNF, 오뚜기, 빙그레 등 유관기관과 수출 기업까지 모두 과천청사로 불러들여 ‘수출확대를 위한 100일 비상대책’ 회의를 24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aT가 농식품 수출 100일 대책, 산림청, 검역본부, 농협중앙회 등 농식품부 유관단체가 기관별 수출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어렵게 모인 자리에서도 특별한 대책은 나오지 않은 채 뻔한 이야기들만 오갔다. 유관기관들은 “판촉을 강화하겠다”, “바이어를 초청하겠다”는 이야기만 할 뿐 4개월 동안 50억 달러를 늘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수출업체들도 “올해는 수출을 더 늘리기가 어렵다”는 푸념을 늘어놓기 바빠 보였다.

서 장관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표정이 점점 굳었고, 목소리는 높아져만 갔다.

서 장관의 참았던 ‘화’는 한국인삼공사 관계자의 발언에서 폭발했다. 인삼공사 관계자가 “죄송한 말씀드린다. 경제침체로 수출실적은 전년도보다 올해 상당히 저조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과 함께 “올 연말까지 쌓인 물량이 금년말이나 돼야 소화될 듯하고 내년 초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서 장관은 “금년도 수출 늘리자는데 내년도는 말할 필요가 없다”면서 “차관이 중국 장관을 만나 홍삼, 막걸리 등 규제를 풀어줬지 않느냐, 그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줘야 하지 않나”라며 인삼공사 관계자를 나무랐다.

이어 오뚜기 관계자가 “참치 때문에 미국 FDA에서 주의서가 오고 있다. 참치는 지난 5월경 미국 수출이 금지됐다”며 미국의 수입검역 강화 때문에 참치통조림 수출이 금지된 상태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 같은 국내산 참치통조림 수입금지 사실에 대해 농식품부는 전혀 알고 있지 못했다. 장관은 물론 실무자들도 처음 듣는 소리인 듯 재차 “한국산 어패류를 금지한 것이냐”고 묻는가 하면 다른 업체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사실이 있는지 묻기 바빴다.

결국 서 장관이 또 나섰다. “레터(주의서)를 보내달라, 우리가 즉시 조치하겠다”며 “그런것이 있으면 우리에게 즉시 이야기를 하라”며 “우리가 이번에 미국쌀을 금지했는데 그때 같이 협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빙그레 관계자가 “올해 수출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바나나 우유가 중국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홍보대사 위촉 등을 통해 10~20대 소비층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자 서 장관은 이번엔 “연말 되면 수출 잘한 곳은 훈포장을 줄 것이고 직원은 특진시킬 계획”이라며 ‘당근’을 내밀기도 했다.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수출확대 회의는 농식품부 유관기관들의 ‘뻔한 이야기’, 업체들의 ‘푸념’, 서규용 장관의 ‘버럭’한 목소리만 오갈 뿐 특단의 대책은 없었다.

한편 농식품부는 지난달 수출액 하락 원인을 유로존 위기 장기화에 따른 수출국의 소비심리 위축과 일본산 농식품의 회복세, 태풍에 따른 수출물류 차질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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