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3차 양적완화(QE3) 실시에 각 증권사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QE3의 시행여부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지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엇갈린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결국, QE3가 현실화되면서 신한금융투자가 자기반성 보고서를 제출, 투자자에 양해를 구해 관심을 받고 있다.
17일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보고서를 통해 QE3의 시행을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로 예상했었다며 그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먼저 이 팀장은 비농가 취업자수를 기준으로 고용을 판단했던 것이 연준과 달랐다고 털어놨다.
이 팀장은 “비농가 취업자수는 고용 상황의 변화를 나타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정책 시행의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기준으로 현재의 고용 상황은 QE1, QE2 직전에 비해 나쁘지 않았다. 따라서 QE3 가능성은 높지만, 당장 9월에 시행될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낮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벤 버냉키 연준 의장 현재 8%대의 높은 실업률 하락을 위해 추가 양적완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QE3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8%대 실업률이 무려 43개월째 이어지고 있고 최근에 8%대로 올라선 것도 아니고, 실업률이 다시 올라가고 있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지금이 QE3의 시행 적기라는 이유는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고 꼬집으며, “연준이 실업률을 정책시행 근거로 계속 제시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정책 시기를 예측해낼 자신이 없다”고백했다.
이어 “연준이 QE3가 MBS와 국채의 매입이 함께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지만 연준은 이번 QE3에 일단 MBS 매입 카드만을 꺼내들었다”며 “비록 우리가 이번 QE3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지만, 버냉키 의장은 경기가 개선되기 위해선 흔들림 없는 지속적인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신념을 추구, 대공황 전문가다운 면모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폭락장이 펼쳐졌을 때도 당시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이 “최근 지수급락은 한국자체의 리스크보다 미국과 유로의 재정 및 신용리스크가 체계적 위험까지 건드리는 상황에서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감안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혀, 업계에 ‘신선하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