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고통과 절망 속에 힘들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입력 2012-09-1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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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대교 'SOS 생명의 전화'가 들려주는 속삭임

▲해질 무렵 마포대교를 건너던 시민들이 걸음을 멈추고 노을이 붉게 물든 한강을 바라보고 있다. 불을 밝힌 'SOS 생명의 전화'가 잔뜩 긴장한듯 어둠을 마중나간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살이와 점점 심화되는 사회적 무관심 속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모 일간지 1면에는 '100일간 6명이 목숨을 끊은 한 영구임대아파트의 비극'이라는 기사가 보도 되었다. 또한 20대 사망의 절반은 자살이라고 한다. 이제 자살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사회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며 우리 사회 깊숙이 녹아 들었다는 얘기다.

▲한 시민이 마포대교 북단에서 보행로를 따라 걷고 있다. 총 길이 1.4km 너비 25m의 다리를 건너는데 중간에 멈춰서지 않으면 20분이 걸린다. 하지만 저마다 느끼는 시공간의 길이는 다르다.
최근 서울시는 자살률을 떨어뜨리고 한강에서 투신자살을 막기 위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아름다운 야경을 뽐내는 마포대교가 '투신자살 발생 1위'라는 오명을 떨치기 위해 탈바꿈한다. 마포대교 위에 보행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한다. 이 센서는 보행자를 따라 반응하며 조명과 함께 감성적인 메시지가 흘러 나오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또 다리 중간 전망대 구간 양쪽에는 '한번만 더' 동상이 세워진다. 동상에는 자살방지기금 모금을 위한 동전 투입구도 설치된다.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조금 웃기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기발하고 재치가 넘치는 발상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마포대교 위의 가로등이 일제히 불을 밝히면 다리는 아름답고 화려하게 변신한다. 누구도 빛에 가려진 도시의 아픔을 떠올리지 않는다.
하늘이 온통 노을로 붉게 물든 지난 27일 마포대교를 찾았다. 하루 일을 끝낸 회사원들이 띄엄띄엄 다리 위를 걸어 퇴근길을 재촉했다. 그중 한둘은 빨간 노을을 바라보며 하루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기도 했다. 자살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SOS생명의 전화기는 왠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를 기다리고 있는 듯해, 내 마음 한구석을 쓸쓸하고 측은하게 한다.

1시간여 동안 자살을 왜 할까 생각하며 다리 위에 서 보았다. 자살을 결심하고 다리에 올라선 사람의 절박함에는 발톱만큼도 못 미치겠지만 가슴이 먹먹한, 아주 힘든 시간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험난한 세상에 살고 있다. 어렵고 힘들게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더 늘었다. 우리는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이 사회를 조금 더 밝고 명랑하게 만들어 자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한 여성이 한강시민공원에 앉아 마포대교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저 다리는 이 여성에게 어디와 어디를, 무엇과 무엇을 이어주는 교량일까.
오는 9월 말부터 1년간 시범운행에 들어가는 이번 대책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마포대교가 사람들이 좋은 일로만 찾는 서울의 명소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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