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따른 ‘의도적 이벤트’ 행보 … 출마·단일화 방식 등 논의 가능성
출마 초읽기에 들어간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지난 13일 박원순 서울 시장을 만났다. 안 교수가 민주통합당 경선이 끝나는 대로 출마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상황에서 박 시장을 만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안 교수 측 유민영 대변인은 14일 “박 시장이 초대해서 만났고, 배석자 없이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 지 모른다”면서 안 교수가 회동 내용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불출마 제스처인가’라는 질문엔 “그렇지 않다. 그건 전문가들의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회동을 두고 안 교수가 지지율에 따른 ‘이벤트 행보’를 보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회동 사실을 즉각 공개한 것 자체가 고도의 정치적 행보라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12일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주자 다자대결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5%p)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40.9%를 기록해 전날(42.7%)보다 1.8%p 하락했다. 반면 안 교수는 23.3%로 전날(21.9%)보다 1.4%p, 문재인 민주당 경선 후보는 20.3%로 전날(19%)보다 1.3%p 각각 상승했다. ‘회동 이벤트’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박 후보에 대한 선제공격을 한 것이다. 이는 ‘안철수-박근혜’구도를 계산한 행보로 풀이된다.
야권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문 후보(43.75)가 안 교수(33.9%)를 10%p 가량 앞서는 조사가 나왔다. 야권 단일후보 논의를 예상하고 있는 안 교수가 이벤트를 통해 ‘안철수-박원순 단일화’의 성공 모델을 상기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종합해보면 안 교수가 이번 박 시장과의‘의도적 이벤트’를 통해 대선 출마의 명분과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안 교수로서는 이같은 경험이 있는 박 시장에게 관련 조언을 들었을 가능성이 많다. 또 대선 출마 여부와 향후 정치적 행보,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 등과 관련한 대화가 오고 갔을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이 시민사회 단체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변 그룹의 지지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박 시장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안 교수가 (정치적) 도움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없었다. 일부러 라도 정치적인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 시장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 현재 안 교수 측 우군으로 있는 만큼 대선에서 이들의 협력관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박 시장이 향후 단일화 과정에서 메신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