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1급 장애인 이종국씨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

입력 2012-09-1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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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공무원이 꿈이었던 장애 1급의 이종국(30)씨가 드디어 보건복지부 9급에 채용됐다. 중증장애인 경력채용에 당당히 합격한 이씨는 앞으로 국립춘천병원에서 근무하게 된다.

태어날 때 뇌성마비 1급 판정을 받은 이씨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혼자 걷지도 못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신장병을 앓으셨던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6개월 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린 것이다.

이씨는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이 무렵이라고 말했다. 그는 “홀로 포천에 있는 사회복지시설로 보내졌는데 말도 못 하게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그러나 포천에서의 생활은 이씨에게 큰 전환점이었다.

이씨는 “조립식 컨테이너에서 나보다 심한 5~6명과 함께 지냈는데 그 곳에서 제 2의 아버지를 만났다”고 말했다.

제2의 아버지를 자처한 사람은 바로 남사랑의 집 원장님이었던 남명구 목사. 남 목사는 이씨가 공부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이씨는 “정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목사님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는 2006년 나사렛대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공무원 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은 만만치 않았다. 당시 장애인 특채 제도는 물론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어 일반인과 같은 조건에서 시험을 봐야했다. 이씨는 “시험 때 OMR 카드 적어야 하는데 경직이 조금 심해서 마킹 안 된다”고 말했다.

2006년 3월 이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자 2008년부터 공무원 시험에 장애인의 답안지 대필제도가 도입됐다.

3년 동안 시험에 떨어진 이씨는 좌절의 문턱에서 소중한 인연이 찾아왔다. 아내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종국씨는 “봉사를 하다 아내를 만났는데 장애도 없는 여자가 내 자체를 사랑해줬다”고 수줍게 말했다. 처음에는 너무 당황했다. 그는 “혹시 사기가 아닐까 고민했다”며 웃었다.

이씨는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라고 느낀다”며 “내가 살아오면서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고 다른 장애인보다 기회를 많이 잡았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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