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창정 "'공모자들' 찍으면서 죽는줄 알았다"

입력 2012-09-1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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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창정은 카메라 앞에서 펄떡이는 배우다.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그의 애드리브 스펙트럼은 변화무쌍하다. 하지만 단점도 크다. 그의 존재감을 유지시켜 주는 코미디 본능은 반대로 그에겐 족쇄다. 때문에 영화 ‘공모자들’에 출연한 임창정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하다. 데뷔 22년차에 접어든 중견 배우, 그것도 코미디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임창정이 스릴러의 옷을 입었다. 그 느낌은 어떨까. 자신이 느끼는 점 그리고 관객들이 느끼는 점.

영화 개봉 직후 만난 임창정은 “데뷔 후 이런 기분은 처음이다. 정말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을 실감한다”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우선 영화에 대한 반응이 좋으니 웃고, 관객들이 좋아해주니 웃고, 스스로도 만족스러우니 웃는단다.

‘정말 그렇게 좋은가’란 질문에 “촬영 때는 정말 지옥 같았다. ‘임창정도 이런 연기가 가능할까’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매일 던졌다. 다행히 개봉 전 편집버전을 수십 번을 봤는데 ‘욕먹을 수준은 아니겠구나’란 안도감은 들더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스릴러는 평생 자신과는 맞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마음은 항상 있었단다. 하지만 마음만으로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임창정은 “너무 하고 싶었다. 하지만 누가 맡겨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캐스팅 된 뒤에는 혹시 투자사에서 배우 교체를 거론할까봐 쥐 죽은 듯이 움츠린 채 무사히 촬영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며 손을 모으는 시늉을 한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영화지만 정작 촬영에선 죽을 맛이었다고 한다. 감독의 주문이 그를 괴롭게 했다는 것. 그 주문은 단 한가지다. ‘절대 웃기면 안된다.’

임창정은 “영화를 잘 보면 내가 다른 배우들 뒤에 서 있는 장면이 나온다. 내 연기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연기였다”면서 “카메라 앞에서 아무것도 안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연기인지 데뷔 22년 만에 알았다”며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임창정은 누구보다 활동적이었다. 액션 장면에서 대역 없이 몸을 던졌다가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부러진 상태로 달리는 자동차에 매달리는 장면을 안전장치 없이 소화했다. 현장 스태프들이 ‘미쳤다’고 말할 정도였단다.

임창정은 꽤나 쑥스러웠는지 얼굴을 붉혔다. 그는 “일부 기사에서 ‘프로다운 선택이다’고 하던데, 그건 아니고 그냥 할 사람이 나 밖에 없었다. 그냥 내가 빨리 끝나야 다들 쉴 수 있었으니 ‘얼릉 해치우자’란 생각도 강했다”며 대수롭지 않았다는 듯 말한다.

5개월의 촬영 기간 동안 배우 임창정에게 스릴러란 멋진 옷을 선물해 준 김홍선 감독을 그는 ‘악마’라고 불렀다. 절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감독이라며 얼굴을 찡그린다. 임창정은 “살다 살다 그런 악마 감독은 처음 봤다. 하하하. 물론 좋은 뜻의 악마다. 첫 촬영부터 모든 영화의 그림을 완벽히 꿰뚫고 있더라. 생긴 건 전혀 그렇지 않은데 정말 날카로운 감독이다. 하하하”라며 웃는다.

임창정이 데뷔 후 처음 경험한 ‘공모자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5개월 동안 ‘공모자들’로 살아온 임창정은 ‘악과 그 보다 더한 악의 얘기’라고 말한다.

그는 “미국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장면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CCTV 녹화 장면인데 누구 하나 피해자를 도와주지 않고 지나치더라. 지나가는 사람도 직접적으로 사고를 낸 사람도 다 살인자이자 공모자들 아닌가. 아마 ‘공모자들’은 그런 얘기를 하고 또 느끼게 해 줄 것이다”고 설명했다.

영화 ‘공모자들’과 배우 임창정. 분명 범상치 않은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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