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강남 PB 3인 인터뷰
김종석 자산관리(WM)팀장(우리투자증권 압구정 WMC 지점·이하 김): 특화전략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시장 상황에 따라 가장 적절한 재테크 상품을 추천해 드리고 있다. 증권사별로 차별화된 마케팅 기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 수익으로 돌려 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이선훈 지점장(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 지점·이하 이):강남 지역에 자산가가 많기는 하지만 그만큼 영업점포도 많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해외주식 등 투자상품을 사모계약 형태로 개발해 대응하고 있다.
김석호 센터장(KDB대우증권 PB Class 갤러리아 지점·이하 호):일반 고객들이 가입하기 힘든 헤지펀드, 사모펀드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한다든지 시중에 풀리지 않은 고가 명품을 미리 착용해 보도록 하는 일종의 감성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타 지역 고객들과 구분되는 강남 고개 스타일의 특징은.
김: 연령대에 따라서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연령대가 높은 고객들의 경우 투자 성향도 보수적인 편이다. 수익에 많이 욕심을 내기 보다는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한다. 절세 상품위주로 물가 상승률보다 조금 더 수익을 내는 수준이면 만족한다. 반면 젊은 경영자나 전문직 고객들은 좀 더 공격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다. 해외 헤지펀드나 브라질 국채 등 증권사 직원들도 구조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쉽지 않은 상품에 과감하게 투자하기도 한다.
호: 기다릴 줄 안다. 자금의 회전속도가 일반투자자들 만큼 빠르지 않다. 약간 손해를 봤다고 해도 ‘내가 판단해서 내가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 보자’라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
-요즘 증권사들이 어려운데 강남지점도 타격이 있나
김: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거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강남지점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시황에 따른 고객 취향의 변화가 확실히 느껴진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져 타격이 있다. 시장의 변화에 맞추어 주식형 상품뿐만 아니라 채권 및 방카슈랑스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호: 실물경기와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감은 모두가 같은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이유로 자산을 현금화 하는 경향이 높다. 투자를 하기보다는 현금자산을 잘 관리하는 것도 재테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어음관리계좌(CMA)와 같은 현금 자산의 비중을 20~30%에서 40% 가량으로 늘려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자 증세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강남고객들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김: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다. 부자들의 최고의 관심사가 바로 세금 문제이다. 최근 들어 과세 흐름이 부자증세로 가면서 투자자들의 패러다임도 수익에서 절세로 바뀌고 있다. 세금을 아끼는 것이 곧 수익이라는 생각을 많이들 하시는 것 같다.
이: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한 절세 및 비과세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커졌다. 물가 연동 채권(물가채) 및 방카슈랑스 관련 상품의 문의 및 가입이 최근 증가했다.
호: 단연 화두는 절세다. 따라서 절세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보험이나 물가채, 국민주택 채권 등이 이에 해당한다. 증여를 통한 자산 분산도 많이 하고 있다.
김: 부동산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고객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투자용으로 아파트를 두세 채 가지고 있는 고객들은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인구 구조적인 측면에서 경제활동 인구는 줄고 고령화 추세는 심화될 것이다. 부동산 자산에서 수익이 나올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는 인식을 대부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우리지점의 고액 자산가들은 부동산을 대체적으로 매매하지 않고 그냥 보유하는 편이다. 그러나 최근 강남권의 수익성 상가를 매입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호: 상가 가격이 많이 다운돼 있는 상황이라 상가를 적시적소에 사서 리모델링을 해 수익을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익형 부동산을 싸게 사서 다운된 가격 만큼 투자를 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강남고객들에 ‘이래서 부자가 됐구나’라고 느끼게 된 점이 있다면.
김: 작은 돈에도 민감하고 새는 돈이 없게 관리를 잘 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금융상품으로 큰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 우물을 파서 자기 분야에서 일단 최고가 되고 그것을 발판으로 자신의 부가가치를 올려야 한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이: 보유 자산이 최대한 안정적으로 물가 상승률을 초과해서 늘어날 수 있게 항상 노력한다. 금리에 매우 민감하고 자산 증식에 항상 적극적이다. 정부의 정책, 경기지표에 늘 관심을 갖고 그에 따라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킨다.
호: 기본적으로 정보가 많다. 특히 사업하시는 분들의 경우 환율과 경기에 민감하다. 자연스럽게 시장 돌아가는것에 밝을 수밖에 없다. 시장의 흐름을 먼저 내다볼 수 있으니 빠르고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다. 대부분 인맥이 좋기도 하고 그곳에서 오는 정보력도 무시할 수 없다.
-고액 자산가를 많이 상대해본 입장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투자를 많이 한다. 언론 매체에서는 그때그때 이슈가 되는 사항을 보도하고 있는 것인데, 그것을 투자 시점이라고 착각하고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대부분 뒷북일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시장의 큰 흐름을 바라보는 눈을 기를 필요가 있다. 시장의 큰 흐름에 근거해 투자를 하고 어떤 투자 방식을 선택할지 판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는 위험자산에 투자할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 일반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금융 투자 정보에 취약해 언론을 참조해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이미 앞선 투자자가 충분히 수익을 거두고 빠져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장의 유행에 따라가지 말고 투자자산의 유형을 분류해 투자의 결과를 장기로 미루는 인내가 필요하다.
호: 사업을 해도 마찬가지고 금융투자를 해도 마찬가지이다. 여유자금을 가지고 해야 한다. 자산 3억원을 다 쏟아부어 프렌차이즈 커피숍을 차렸다고 하자. 프렌차이즈 커피숍이 잘 망하지 않는다고 해도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버텨낼 수 있는 현금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만약 3억원을 투자하려면 최소 4억~5억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적자를 버티고 우상향 해서 수익을 낼 수 있다.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여유자금을 투자액의 최소 30% 이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말 좋은 투자처, 확신이 있는 투자처가 있어도 투자를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자금 회전률이 떨어지면 적시적소에 투자할 수 없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한 금액, 시간, 종목 분산 투자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 단기성 자금이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고 중기성 자금은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채권 3~5년 만기 상품, 장기성 자금은 연금이나 장기채권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