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혁명'을 꿈꾸는 루이스 판 할

입력 2012-09-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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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12 조별 라운드에서 3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일찌감치 탈락한 네덜란드 대표팀(사진=AP/뉴시스)
6월9일에서 7월2일까지 열린 유로 2012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팀을 꼽는다면 단연 네덜란드를 첫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어 열린 유로 2012에서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네덜란드는 덴마크, 독일, 포르투갈 등에게 차례로 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유로에서의 졸전 이후 네덜란드 내에서 대표팀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었음은 당연한 사실이다. 일련의 과정속에서 베르트 판 마바이크 감독은 자리를 고수할 수 없었고 결국 루이스 판 할을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했다.

판 할은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쇄신하며 지난 터키와의 브라질 월드컵 예선 1라운드를 2 : 0의 승리로 장식했다. 사실상 직접적으로 조 1위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터키와의 경기에서 깔끔하게 승리를 거둔 만큼 성난 여론도 상당수 우호적으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

터키전과 다가올 헝가리와의 예선전을 위해 판 할은 기존과는 다른 스쿼드를 꾸렸다. 라파엘 판 더 파르트와 이브라힘 아펠라이, 나이젤 데 용, 그레고리 판 더 비엘 등 기존 대표팀 선수들을 대거 제외했다. 그밖에도 터키전에서는 마르텐 스테켈렌부르크 골키퍼를 비롯해 클라스-얀 훈텔라르, 요리스 마타이센 등이 90분내내 벤치를 지키기도 했다. 판 할은 "터키전 이전에 가진 벨기에와의 평가전에서 기존 대표팀 선수들을 테스트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고 터키전 선수 기용은 당시 결과에 따른 결정이었다."라고 변화된 대표팀에 대해 설명했다.

대신 판 할은 팀 크룰 골키퍼를 비롯해 다릴 얀마트, 요르디 클라시에, 마틴스 인디에 등 20대 초반의 신진급 선수들을 대거 선발 기용했고 1 : 0의 불안한 리드를 지켜가는 상황 속에서도 리카르도 판 라인, 레로이 페어, 론 블라르 등 비교적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교체로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물론 결과적으로 터키전을 승리로 이끌며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후반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쐐기골이 없었다면 불안했던 경기였다.

첫 경기 승리로 기분이 좋을 듯 보이는 판 할은 여전히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12년 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네덜란드 감독을 역임했던 판 할은 당시 아일랜드와의 첫 경기에서 2 : 2로 비겼고 결과적으로는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감독에서 경질됐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터키가 우리의 뒤를 바짝 따라오게 된다면 결코 편안한 상황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힌 판 할이다.

재차 대표팀을 맡은 판 할은 첫 경기부터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며 분명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르옌 로벤과 웨슬리 스나이더, 로빈 판 페르시 등 기존의 핵심 선수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믿음을 보이며 이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고 있다. 로벤은 바이에른 뮌헨 감독 시절부터 이미 잘 알고 있는 선수이고 판 페르시는 훈텔라르보다 우선 순위로 판단하며 원톱을 맡겼으며 스나이더에게는 주장직을 맡겨 전체적인 팀의 조율을 지시하고 있다.

네덜란드 언론들은 판 할의 대대적인 개혁에 대해 '오렌지 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이제 네덜란드는 다가오는 12일 새벽(한국시간) 헝가리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번 예선 일정에서 첫 원정길에 나서는 셈이다. 지난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에 빛나는 네덜란드는 최근 23번의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무패 가도를 달리고 있다. 월드컵 예선에서의 마지막 패배 기록은 무려 11년 전 아일랜드에게 당한 0 : 1 패배였다. 당시 감독 역시 판 할이었다. 네덜란드 언론의 바람대로 판 할이 진정한 오렌지 혁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물론 자신의 바람대로 적어도 월드컵 4강 진출은 이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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