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레미콘 업계 불황
# 30대 직장인 A씨에게 요즘 스팸문자 메시지 보다 자주 오는 문자가 있다. 바로 모 아파트 업체에서 보내는 주택 분양 정보다.
A씨는 지난 봄 집 장만을 위해 해당 회사에 문의를 한 적이 있지만 주택경기가 좋지 않아 전셋집을 택했다. 이 기업에게 A씨는 이미 고개를 돌린 고객이지만 분양률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미분양 사태는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대도시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건설업계에서 아파트 미분양사태가 늘자 연관 산업도 덩달아 ‘울상’이다.
아파트 내부 구조를 담당하고 있는 인테리어 및 내부 자재 업체들과 발코니 확장 전문 시공업체들에게도 불황이 닥치고 있다.
골조와 레미콘 업계도 별반 차이는 없다.
중심이 되는 산업이 흔들리자 관련업계도 연달아 흔들리는 도미도 현상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인테리어경영자협회 고위 관계자는 “주거지의 내부 장식을 맡고 있는 업종이다 보니 아무래도 주택경기 침체와 맞물려 인테리어 업계도 불황이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주택시장 경기가 풀리지 않아 내 집 장만을 하는 사람을 찾아 볼 수 없다. 집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도 전셋집을 택하다 보니 누가 자기 돈을 들여가며 내부 구조를 바꾸려고 하겠느냐”며 설명했다.
인테리어업종에 활기가 다시 넘치기 위해서는 주택 분양이나 매매 거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현재 본 협회에 소속된 회원들의 매출 실적을 집계한 자료는 없지만 최근 3~4년 사이 업계 동향을 봤을 때에도 올해가 가장 힘들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며 “회원 모두가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 섞인 걱정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축자재업을 하는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발코니 시공업체 ‘엎친 데 덮친 격’ = 발코니 시공업체는 미분양 여파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거리 감소와 최근 만들어진 아파트, 주상복합 건물 등의 내부구조가 원인이다.
국내에선 20~30년 된 오래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발코니 섀시를 없애는 공사가 유행한 적이 있다. 발코니 공간을 거실 공간으로 포함시켜 집안 내부를 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오래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는 집 대부분은 이 공사를 실시한다.
주택경기 침체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발코니 확장 공사는 활발히 이뤄졌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아파트 매매가 줄고 있다. 이는 곧 발코니 시공업체의 일거리가 줄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요즘 만들어지는 아파트, 오피스텔, 주상복합단지 건물 등은 발코니가 없다. 이로 인해 발코니 시공업체는 자연스레 일거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발코니 시공업체의 대표는 “요즘 일이 없다. 건설경기가 좋지 않은 이유가 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짓는 주상복합주택이나 아파트에는 발코니 섀시가 없어 일거리가 확 줄고 있다. 이점을 감안할 때 업계 불황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레미콘업 불황… 매출집계도 안 돼 = 건설 경기불황은 건물을 짓는데 직접적으로 연관된 레미콘 및 골조업계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건설경기가 불황이다 보니 부도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도 생기고 있다. 건설업계의 투자가 줄다보니 아파트 건축 건수도 함께 줄고 있다.
이로 인해 건물을 짓는데 필요한 콘크리트를 제공하는 레미콘 업계도 불황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어렵다 보니 레미콘 수요도 줄고 있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의 레미콘 회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업계 전체적인 동향 파악을 위해선 각 기업의 출하 실적을 봐야 하는데 지방 쪽은 아예 실적이 없다. 또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업체들이 실적을 밝히길 꺼려하는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 2010년부터 통계자료가 없다”고 털어놨다.
충남지역에 소재한 한 레미콘 회사는 “지방은 아파트 건축을 비롯해 건설관련 일 자체가 많지 않아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 측은 “최근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의 규제를 내놓고 있지만 당장의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대선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고 6개월은 지나야 실물경기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골조업계도 상황도 레미콘업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국내 건설업 성향을 볼 때 아파트 건축 외에 특별히 건물을 짓는 경우가 없어 주택경기 침체가 골조업계도 울상으로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