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920억원 '노른자땅' 인천공항 내 관광공사 부지, 면세점 빅2 '건곤일척' 예고
두 면세점 간의 경쟁는 우리나라 대표 재벌 가문 ‘딸들의 전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로 롯데쇼핑 사내이사인 신영자 롯데장학복지재단 이사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30일 한국관광공사에 면세점 입찰을 재계약하지 않고 입찰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공항공사는 해당 사업권의 계약이 만료되는 내년 2월부터는 새로운 사업자에 맡길 방침이다.
입찰이 진행될 경우 국내 면세점 업계 양강을 이루고 있는 롯데와 신라의 ‘건곤일척’이 또 한 번 예상된다. 특히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 점유율을 롯데가 50%, 신라가 40%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공사가 가지고 있는 나머지 10%의 향방에 따라 점유율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롯데와 신라 면세점 측은 입찰공고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일단은 말을 아꼈다. 하지만 공식적 계획이 없더라도 인천공항 전체 면세점 부지 16%를 차지하는 공항면세점 사업권의 입찰에 두 기업이 손을 놓고 있을 리가 만무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 시각이다. 관광공사의 공항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기준 1920억 원 가량이다.
앞서 국내 면세점 업계 양강을 이루고 있는 양 기업은 인천, 김포, 미국 로스앤젤레스, 홍콩 등 국내·외를 아우르는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특히 지난해 두 사장이 자존심을 걸었던 인천공항 루이비통 유치전은 삼성과 롯데 그룹 재벌가 딸들의 사활을 건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며 법정 다툼으로까지 비화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신라가 우세하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근 면세점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판단에서다. 면세점과 호텔사업을 하는 호텔신라는 지난해 매출 1조7643억원, 영업이익 96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 22.6%, 18.2% 성장했다. 이중 면세점 매출이 1조5000억원에 달한다.
IBK투자증권 안지영 연구원은 “현재로서 확정할 수는 없지만 롯데의 경우 지난해 AK면세점을 인수하기도 했고 나머지 부분은 호텔 신라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관광공사는 계약 연장을 요청했지만 우리는 5년간의 임대차 계약이 내년 2월부로 종료되는 것이고 그에 따라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임의로 연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번에 공문으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