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경찰서 범죄분석관 오정은 경사가 경기대 대학원에 제출한 범죄심리학 논문이 화제다. 살인·강간 등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은 피해자의 공포와 분노 등을 인식하는 능력이 일반인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오 경사는 범죄심리학 논문인 ‘범죄자(살인·강간)의 얼굴 정서인식능력 손상’에서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이 분노와 역겨움, 놀람, 공포 등의 정서를 인식하는 능력이 보통 범죄자나 일반인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문에서 오 경사는 최근 1년간 경기 지역에서 붙잡힌 사이코패스 범죄자 10명과 보통 범죄자 10명, 일반인 10명의 얼굴 정서 인식 능력을 비교했다. 실험자에게 공포·분노·즐거움 등의 정서가 담긴 얼굴 표정을 보여주고 감정을 맞추도록 했다.
실험결과 사이코패스들은 공포나 분노 혐의 등의 정서를 즐거움이나 슬픔 등으로 잘못 인식한 사례가 보통 범죄자나 일반인보다 훨씬 많았다. 사이코패스들이 피해자의 정서를 잘못 파악하면서 범행의 폭력성을 강화시키거나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근거가 된다는 게 오 경사의 지적이다.
이를테면 성폭행범은 피해자들이 두렵거나 슬퍼서 나타내는 표정을 긍정적 감정으로 잘못 인식하면서 자신에게 호의를 보인다고 판단한다는 분석이다. 살인범도 범행 때 피해자들이 짓는 고통스런 표정을 이해하지 못해 더 가학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얼굴 정서 인식은 범죄자들의 재범 가능성을 예측하고 교화·치료에도 중요하다”며 “사이코패스에게 교육과 훈련을 통해 타인의 얼굴 표정을 제대로 파악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