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이재민 발생…주택 파손·가로수 전도·193만 가구 정전
우리나라를 할퀴고 지나간 제15호 태풍 ‘볼라벤’은 강한 바람을 동반해 서해안 일대와 수도권 등 곳곳에 인명·시설물 피해를 입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9일 오전 7시 현재 ‘볼라벤’의 영향으로 내국인 10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10명 중 4명은 풍수해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됐지만 6명은 안전사고가 아닌지를 조사하고 있다.
제주 인근 해상에서는 중국 어선 2척이 전복되면서 중국인 선원 5명이 사망했고 10명은 실종됐다.
이재민 96가구 222명 중 62가구 132명은 마을회관이나 친척집 등에 머물고 있고 34가구 90명은 귀가했다.
인명피해는 28일 집중됐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모 아파트 주차장에서 경비원 박모(48)씨가 강풍에 날린 컨테이너 박스에 깔려 숨졌다. 임실군 성수면 국도 위에서는 가로수를 제거하던 범모(51)씨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숨졌고 김제에서는 백모(44)씨가 교회건물 상태 확인차 나갔다가 건물 일부가 무너져 깔려 사망했다.
전남 목포시 삼향동에서는 고장난 병원 엘리베이터 수리를 위해 옥상에 올라간 김모(52)씨가 추락해 운명을 달리했다. 영광군에서는 나모(72)씨가 주택담장 붕괴에 따른 머리 부상으로 병원 후송 중 사망했으며 충남 부여군 은산면에서도 김모(75·여)가 집 주변 담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이날 오후 광주 서구 유덕동에서는 인근 교회 외벽돌이 주택 지붕을 덮치면서 임모(89·여)씨가 벽돌더미와 무너진 지붕에 깔린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충남 서천군의 한 단독주택 옥상에서는 정모(73·여)씨가 고추 말리는 건조기에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하던 도중 강한 바람이 불어 4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경남 남해군 서면에서는 옆집 간이부속건물이 강풍에 전도돼 정모(80)씨를 덮쳐 병원에 이송했으나 사망했고 천안에서는 김모(90·여) 강풍에 문이 열려 집 앞 계단에서 추락해 숨진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2시 40분께는 제주 서귀포시 화순항 인근 해상에서 중국 어선 2척이 전복되면서 중국인 선원 33명 중 5명의 시신이 인양됐고 18명이 구조 등으로 생존이 확인됐다. 10명은 아직 실종상태다.
태풍으로 인한 주택 피해는 전파 4동, 반파 31동으로 잠정집계됐으며 선박은 42척, 농작물은 6018ha, 비닐하우스는 1195동, 축사는 31동, 과수원은 9424ha가 각각 피해를 봤다.
공공시설은 천연기념물 소나무와 화엄사 각황전 기와 등 문화재 6곳과 도로 16곳, 학교 4곳이 각각 파손됐다. 또 신호등 235개가 넘어지고 가로등 557주가 쓰러졌으며 가로수 7857그루가 뿌리뽑혔다.
도로도 7개구간이 통제됐고 여객선(96항로)운항과 국립공원 출입이 금지됐다.
중대본은 공무원과 소방공무원, 군경, 자원봉사자 등 4만2678명의 인력과 8975대의 장비를 동원해 파손되거나 침수된 주택 96개동 중 61개동에 대한 응급복구를 끝내 29일 오전 7시까지 복구율이 64%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도로, 신호등, 가로수, 가로등 등 공공시설은 74%, 주택과 비닐하우스 등 사유시설은 12.2%가 각각 응급복구가 끝났다고 중대본은 설명했다.
서울도 적잖은 태풍 피해를 입었다.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볼라벤’의 영향으로 29일 오전 6시까지 시내에서 차량 등 358건의 시설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설별 파손 건수는 차량 3대, 나무 125건, 유리창 56건, 간판 38건, 건물 외장 40건, 지붕 47건, 가림막 등 기타 49건이다.
반면 태풍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다. 성동구 용답동에서 간판을 정비하다 부주의로 떨어져 1명이 다친 것을 제외하면 태풍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다.
또 ‘볼라벤’은 자연재해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정전을 유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전력공사는 볼라벤의 영향으로 지난 27일 0시부터 29일 오전 6시까지 전국에서 683건의 정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193만1699가구에 5분 이상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이는 작년 9·15 순환 단전으로 생긴 정전을 제외하고 국내에 전기 공급을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의 정전이라고 한전 측은 설명했다.
한전과 협력업체 등은 정전 시설 가운데 98%를 복구했고 나머지 2만9833가구에도 전력 공급을 재개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태풍의 영향으로 28일 전국의 유치원 및 초·중·고교에선 곳에 따라 임시휴교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