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맥주 15년만에 업계 1위…학력 철폐·형님 리더십 행보 '뚝심 경영'
직원들도 올림픽과 폭염의 특수를 놓치지 않기 위해 휴가를 모두 반납한 채 장 사장의 ‘현장 제일주의’ 전략에 부응했다. 지난 7월 하이트맥주가 가격인상을 먼저 단행하면서 도매업체들이 인상 전 ‘물량매입’에 따른 일시적인 점유율 역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기세였다.
두 달 전 장 사장이 회사 대표에 취임한 이후 ‘현장 제일’의 원칙은 더욱 공고해졌다. 그 스스로도 영업총괄 부사장 시절 1차 영업 대상인 도매상에만 치중하지 않고 주요 상권인 강남역·홍대·신천역·노원역 등을 직접 돌았다. 오비에서는 영업사원이 직접 담당지역의 밑바닥 부터 훑는 것이 조직의 기본 영업방침이 됐다.
장인수 사장이 뜨거웠지만 행복했던 여름을 보낸 또 하나의 비결은 ‘낮춤의 정신’과 ‘형님 리더쉽’이었다. 요즘도 매월 첫째날에 영업직원들에게 격려 이메일을 보낸다. 도매상 사장들에게 감사의 문자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물론 맥주 전쟁의 한복판에서 2선으로 물러나는 법도 없다. 항상 자신을 따르라며 직원들 보다 앞서 움직인다. 사병을 1선에 먼저 내보내지 않고 자신이 전장의 첫머리에 서서 돌진한다. 영업사원들이 장 사장의 사장 선임을 전해들으며 환호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학력 차별을 없앤 것도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는 취임 직후 기자들을 만나 “앞으로 영업 및 관리직 신입사원 공채를 할 때 ‘4년제 대졸 이상’으로 돼 있는 현행 응시자격 제한을 없애겠다”며 “주류회사 특성상 제한적이었던 여성 영업사원의 채용도 적극적으로 늘리고, 채용심사 과정에서 학력은 물론 영어성적도 따지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영업인턴을 채용하면서 영어성적을 기재하지 않았더니 업무역량이 뛰어나고 지혜와 패기를 갖춘 젊은 인재들이 많이 지원했다고 회사측은 달라진 조직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장 사장은 시장점유율에 연연하지 않고 있다. 철옹성 같았던 하이트의 기세가 이렇게 허무하게 꺾인 것이 오비에게도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오비 직원들은 맥주 비수기인 겨울, 긴 휴가와 인센티브를 기대하는 눈치다. 한 직원은 “올 겨울은 현재의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예년보다 편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잘하면 목돈을 만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