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독도 논쟁에 정치권도 가세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경선후보가 제기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도 관련 발언 탓이다. 2004년 6월 연합뉴스가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찾은 1000여쪽의 ‘국무부 (기밀) 대화 비망록’에는 1965년 5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한·일 수교를 한 달 앞두고 워싱턴을 방문해 딘 러스크 당시 미국 국무장관과 집무실에서 나눈 대화가 기록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수교 협상에서 비록 작은 것이지만 화나게 하는(irritating problems) 문제 가운데 하나가 독도문제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도를 폭파시켜 없애버리고 싶다(President Park said he would like to bomb the island out of existence to resolve the problem)”고 말했다는 것이 문 후보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경선후보 측은 처음엔 “외교문서에 따르면 이 발언은 일본 측이 한 것으로 되어 있다”라는 주장했다. 이어 문 후보 측이 그런 문서가 있다면 문서의 출처와 근거를 대라고 요구하자 “중요한 것은 그런 부분이 아니라 문 후보 측이 전체적인 맥락을 왜곡해 공격의 빌미로 삼은 것”이라며 일보 후퇴한 인상을 주고 있다.
사실 박 후보는 작년에 이미 “우리 정부는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것을 만천하에 분명하게 천명할 필요가 있다”며 독도 영유권 분쟁에 대해 우리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외교적 대응을 주장했었다. 박 후보의 독도에 대한 인식이 이러함에도 이 문제가 정치권의 공방으로 이어지며 지금의 대권구도에 영향을 주는 건 박 후보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잘하지 못했다는 데서 연유한다는 생각이다.
지난 5.16 발언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박 후보가 공적인 차원에서의 박 전 대통령과 부녀관계인 아버지 박정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박 전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다하더라도 그건 과거의 대통령이 한 말이고 지금의 박근혜 후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인식을 국민이 갖게 만들어야 했는데 지나치게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오히려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부자지간 혹은 부녀지간에 정치를 하더라도 정치적 소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는 세계사 속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서 아버지를 평가하는 것과 대선 후보로서 전직 대통령을 평가하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먼저 자신의 지지층 중 상당수가 박정희 정권에 대한 향수를 지녔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전 대통령과의 차별은 어쩌면 일부 지지층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두려움을 지녔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지지층을 지키려다간 지지층의 외연확대가 불가능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두 번째로 자신의 아버지를 부정하는 일은 차마 하지 못할 수 있단 점을 들 수 있다. 백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설령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 할지라도 과감히 정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중요한 대통령의 자질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친인척 비리도 그런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거지지 않았나. 정치는 최선을 선택한다기보다 최악을 피하는 것이다. 지금 박근혜 후보는 최악을 피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