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응급의료기관 성적표

입력 2012-08-1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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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인력 편중현상, 근본적인 대책 없어

우리나라 응급의료 시스템의 인력과 인프라가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보건복지가족부가 내놓은 ‘2011년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에 따르면 응급의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응급의료기관 5곳 가운데 2곳(41.6%%)은 시설·장비·인력 등의 법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51.8%) 보다 10.2%p 감소한 수치다.

이번 평가는 복지부가 권역센터 16개소와 전문센터 4개소, 지역센터 119개소, 지역기관 313개소를 대상으로 장비 등의 충족률을 보는 필수영역 54개 지표와 서비스 질을 평가하는 공공영역 등 26개 지표를 점검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복지부는 응급의료서비스 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됐으나 법적기준에 대한 충족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권역센터 대부분(93.8%)이 법적 기준을 준수한 반면 지역센터 13.4%, 전문응급센터 50%, 지역기관 54%나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

특히 지역 기관의 인력은 태부족이었다. 시설(93.6%), 장비(93.6%) 영역의 충족률은 전반적으로 개선됐으나 인력영역은 59.1%로 현저히 낮았다. 지방의 인력기준 충족률은 46.6%에 불과했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지역의 응급의료시스템이 가장 낙후됐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지역센터는 서울(26개소)과 부산(7개소), 인천(6개소), 대전(4개소), 울산(1개소), 강원(3개소), 경북(9개소), 제주(5개소)가 충족률 100%를 달성했다. 하지만 광주(25%)와 전남(42.9%)은 매우 낮게 나타나 지역적 편차가 컸다.

부산대학교병원, 충북대학교병원, 전북대학교병원 3곳은 16개 권역응의료센터 중 질평가 하위 20%기관으로 평가됐다. 의료법인 강릉동인병원은 필수영역 미충족 기관으로 평가받았다.

4개 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는 서울아산병원(독극물),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외상)이 기준 미충족 기관으로 평가됐다. 현재 이들 병원은 전문응급의료센터 지정을 반납한 상태다.

지역응급의료센터 중에서는 건국대학교병원(서울), 왈례스기념침례병원(부산), 삼육서울병원(서울), 서울보훈병원, 서울의료원, 한마음병원(창원) 등 20개소가 하위 20%기관으로 평가받았다. 미충족 지역응급의료센터는 강남병원, 의료법인백제병원, 부안성모병원 등 16개소다.

지역응급의료기관 중에서는 구포성심병원, 여수전남병원, 온누리병원, 울산제일병원 등 27개소가 하위 20%기관으로, 강남병원, 강릉의료원, 양지병원, 강원삼성병원, 여수백병원 등 169개소가 미충족 기관으로 각각 평가됐다.

복지부는 이번 평가결과에 따라 질 평가 하위 20%개소, 기준 미충족 기관 167개소, 현황조사 대상 24개소 등을 제외한 211개 기관에 올해 219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관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시정조치 및 지정취소 등을 요청하기로 했다.

양병국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지역응급의료기관 중 인력 충족을 못하는 기관이 많고 3분의 2 정도가 병원급”이라면서 “응급의료관리료 수가를 좀 더 지원하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복지부가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지만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의료기관에 대해서 지정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실상 기준 미충족 기관에 중복 선정돼도 지정 취소 된다고 보기 여러운 것.

복지부가 응급의료기관 평가결과를 공표하면 시군구 자치단체가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하는데 복지부가 이를 강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 전문가들은 지원금을 주거나 수가를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돈을 올려주는 것은 상대적인데 수도권을 선호하는 의사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과연 어느 정도 올려줄 것이냐”면서 “단순 수가를 올려준다고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대도시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으려면 공공의료인력을 별도로 국가가 양성해 배치하는 방식으로 수급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은경 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현재 응급실 뿐 아니라 지방 중소병원에 대한 인력 부족이 심각하며 응급실 근무 인력 수급에 대한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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