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밤. 회사원 김영득씨는 구로구 집으로 가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서 택시를 탔다가 승차거부를 당했다. “거기로는 가지 않으니 다른 택시를 타라”는 택시기사의 요구에 잠시 실랑이를 벌이던 김씨는 결국 택시에서 내려 다산콜센터(120)에 신고를 했다. 그로부터 50여일이 지나서야 ㅇㅇ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담당 공무원은 “서로 진술 내용이 달라 처벌이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택시기사가 “승객이 시계외 구역인 안양으로 가자고 해서 거부를 했다”고 진술했다는 것.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돼 버린 김씨는 어이가 없었다. ‘이럴거면 신고제도가 왜 있는거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서울시가 택시 승차거부를 뿌리뽑겠다며 운영 중인 택시 승차거부 신고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시는 택시 승차거부를 당하면 120 다산콜센터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신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건 아니다”라고 혀를 찬다.
승차거부 행위를 신고하면 이름 및 전화번호와 집 주소 등 인적사항과 상황설명 등 신고 한 건에 10분이 넘게 소요된다. 더욱이 신고접수 이후 처리까지 최소 한 달이 넘게 걸리는 데다, 증거 불충분으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08~2011년 8월 현재까지 서울시내 택시 승차거부 신고건수는 총 6만2167건에 달한다. 한해 평균 1만3974건, 하루 46건의 택시 승차거부가 벌어지고 있는 셈. 그 중 과태료 부과 처벌이 내려진 경우는 1만2866건으로 전체 신고건수의 20.7%에 불과한 실정이다.
다산콜센터로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구청은 택시기사의 진술서를 받고 신고자에게 구체적 상황을 확인한 후 심의위원회를 열어 처벌 여부를 결정한다. 승차거부가 인정되면 과태료 20만원을 부과한다. 1년 이내에 2회 적발 때는 자격정지 10일, 3회는 자격정지 20일, 4회는 자격취소 처분이 내려진다.
그러나 자치구 직원들이 사실확인을 해보면 택시기사들이 승차거부를 순순히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신고자와 택시기사가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 바람에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난감해지기 일쑤다.
한 구청 관계자는 “처벌 수위가 비교적 높다보니 고분고분한 태도로 사실확인에 임하는 택시기사는 거의 없다”며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되도록이면 처벌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중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