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걸 다하겠다’는 말 한마디에 글로벌 증시를 급등하게 만들던 ‘슈퍼 마리오’는 어디로 갔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즉각적인 시장 안정책을 내놓지 않은데 대한 실망으로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달러는 오르고 유로화가 하락했다.
2일(현지시간) 드라기 총재는 이날 국채 매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ECB보다 먼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국채 매입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EC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은 현재 마무리 단계로 얼마 뒤 정책위원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말해 즉각 시행은 어렵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에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83.320으로 전날 83.07에 비해 올랐다. 유로화는 1.218달러로 거래돼 전날 1.223달러에 비해 하락했다.
유럽증시도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대한 실망으로 하락 반전했다. 범유럽권지수인 Stoxx유럽600지수는 전일대비 1.1% 하락한 259.59로 장을 마감했다. 영국 FTSE100지수가 0.88% 하락했고 독일 DAX와 프랑스 CAC40지수가 각각 2.20%, 2.68% 하락했다. 특히 이탈리아 FTSE MIB지수와 스페인 IBEX35지수도 각각 4.64%, 5.16% 추락했다. 스페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급등, 다시 7%대에 진입했다.
미국 뉴욕증시 역시 실망감이 반영됐다.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92.18포인트, 0.71% 하락한 1만2878.88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10.44포인트, 0.36% 하락한 2909.77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전일보다 10.14포인트, 0.74% 떨어진 1365.00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증시도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전일 유럽 증시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성명 발표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이는 시장이 기대했던 것 이상의 정책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ECB 정책 방향에 대한 독일의 반대도 향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상승 폭의 상당 부분은 드라기 총재 발언에 대한 기대감에서 기인한다"며 "일시적으로 실망감을 반영한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ECB 회의는 실망스럽게 끝났다"며 "최소한 재정위험국의 국채 매입(SMP) 재개 정도를 기대했으나 구체적인 행동은 아무것도 없이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액션을 원했던 시장으로서는 이번 주 정책 이벤트의 결과를 실망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시장은 기존 박스 내에서의 제한적인 지수 반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