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도입 이후 적발 건수 年 2배 늘어…공정위 "교묘해진 담합 잡는데 최고 수단"
리니언시 덕분에 그 동안 은밀하게 이뤄지는 기업들의 담합 행위 적발 건수는 크게 늘어났다. ‘고백’이 증거로 작용해 담합 사실을 쉽게 입증할 수 있게 됐고,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담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리니언시 제도를 악용해 과징금을 회피하는‘먹튀기업’이 속출하는 등 기업의 도덕적 문제로 비화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착한 고백’리니언시, 담합 적발 80% 넘어 = 리니언시가 동종업종의 담합사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건 통계가 말해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999~2004년 간 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건수는 연 평균 13건이다. 리니언시가 도입된 2005~2011년에는 연 평균 28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과징금 부과 규모도 같은기간 59억원에서 106억원으로 두배 가량 증가했다. 건수 대비 평균은 두 배 정도지만 실질적인 액수는 2004년 291억원에서 지난해 5710억원으로 7년 새 20배 가까이 폭증했다.
리니언시는 갈수록 교묘하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카르텔 적발 및 재발을 방지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공정위가 자랑할 만한 수치다.
절대 밝혀지지 않을 것 같았던 라면가격 담합도 리니언시를 통해 적발됐다. 올초 라면업계 2위인 삼양식품은 담합사실을 자진신고해 116억원의 과징금을 면제 받았다. 작년 10월에는 생명보험사 빅3가 개인보험 이율을 담합한 사실을 고백해 25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내지 않았다. 2009년 12월에는 국제 LPG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격에 변화가 없어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마자 SK에너지가 담합 사실을 신고해 과징금을 면제 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진신고시 증거 확보의 용이성 및 이에 따른 처리기간 단축으로 인해 연간 담합사건 처리건수는 계속 증가했다”며 “기업간 불신구조를 형성 시켜 해당 분야의 담합 구조를 와해하고 재발 방지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가 이뤄지기 전 처음으로 자수를 하지 않으면 어떤 기업도 혜택받지 못했다.
하지만 시장의 독과 점화가 심화되면서 조사 이전 자진신고는 사실상 거의 없었다. 당연히 정황상 증거를 갖고 확증을 위해 조사를 나선다는 모습을 보이며 무언의 협박을 해야 기업들이 조금이나마 동요했던 것이 사실이다.
4년 후인 2001년 정부는 조사 개시 이전 요건 및 자진신고자 수에 대한 제한을 폐지했다. 다만 직권조사 실시 이전의 자진신고에 대해 과징금의 75% 이상, 이후의 자진신고에 대해서는 50% 이상을 감경했다.
그러던 것을 2005년 들어 조사 전후에 관계없이 1순위에 대해 모두 100% 감면하고 2순위에 대해서는 오히려 30%만 감면해 1,2순위간 격차를 확대시켰다. 기업들에 대한 유인책을 더 강화시키자 2005년 이후 리니언시에 따른 담합 적발건수는 크게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담합행위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기업들에겐 가장 억울 한 사례는 시장 1위업체가 가격인상시 다른 업체들도 동조할 것으로 생각하고 인상을 이끌었다면, 명시적 합이가 없더라도 정황증거가 있으면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쟁사 임직원 간 미팅 등은 가급적 없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그 목적과 내용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리니언시, 대기업만 혜택받는다? = 리니언시 제도로 기업의 담합 적발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제도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기업이 제도를 악용해 계속 담합하고 또 그들만 감면 혜택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2회 이상 감면을 받은 기업들이 모두 이러한 사례인데, S전자, S생명, L화학, S에너지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거대 기업들이다.
공정위는 현재 적발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의 법 감정 등과 상치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 지난해 연말 시행령을 개정해 반박 자진신고에 대해서는 시정조치와 과징금 감면을 배제하도록 개선했다.
이밖에도 담합 주도자로 생각되는 업계 1~2위 대기업들이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을 감면받는 것과 과징금 부과 수준이 외국에 비해 낮고 심결 과정에서 지나치게 감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업과 정부의 결탁 아닌 결탁이다. 공정위가 가장 먼저 현장조사를 한 기업이 대개 리니언시 1순위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매출이 높고 담합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업계 1위 업체가 대상이 된다.
전문가들은 “실적을 쌓아야 할 공정위로서는 대기업, 즉 대어를 낚아야겠다는 욕심이 앞설수 밖에 없다”며 “당연히 조사 대상 기업이 먼저 실토하면 담합연루 기업들은 리니언시 신청의 공평한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