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에 공 넘긴 어윤대 … 우리금융 인수 발빼나

입력 2012-07-2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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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인수 의지를 접을 듯 하다. 안팎을 둘러보며 장고를 거듭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는다.

외부에서는 정치권이 우리금융 매각의 차기 정권 이양을 주장한다. 노조의 거센 반발은 내부 악재다.

더욱이 이사진의 반대라는 명분도 얻어 그의 손 털기는 한결 수월하다. 우리금융 매각이 무산되도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일은 없다는 뜻이다.

KB금융 이사회는 25일 오후 3시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이사 간담회를 가진다. 이번 간담회는 오는 27일 공식 이사회에 앞서 우리금융 인수 참여 여부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다. 사실상 최종 입장을 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 회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금융 인수 참여를 적극 주장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달 초만 해도 “조건만 맞으면 우리금융을 인수하겠다”며 적극적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유력 대선 주자들이 출마를 선언하면서부터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비롯 대선 주자들이 우리금융 매각은 차기 정권에 넘겨야 한다고 표명하면서 시장의 분위기는 급랭됐다.

어 회장은 지난 18일에는 “이사회도 아직 안 열렸는데… 결정된 거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원론적 수준의 답변이지만 한결 힘이 빠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이사회가 결정할 일이라고 하지만 칼자루는 정치권으로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의 이러니 이사회의 반대가 어 회장에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KB금융이 정부와의 교감을 통해 우리금융 인수에 참여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설사 우리금융 인수에 성공한다 해도 정권이 바뀌면 ‘승자의 저주’가 될지 모른다.

이런 터에 이사진의 반대라는 명분은 어 회장의 부담을 덜어준다. 어쩔 수 없이, 내지는 토론 끝에 불참키로 했다는 식이 되면 금융당국, 정치권 모두의 비난을 피할 수 있다. 이사회에 앞서 간담회를 여는 것도 이를 염두에 두고 했다는 목소리마저 KB금융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간담회 개최에 앞서 이사회의 분위기는 무겁다. 황건호 KB금융 사외이사는 “아직까지 최종 결정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다른 사외이사는 “모든 사외이사들의 입장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금융 인수 참여는 힘들지 않겠나”라고 털어놨다.

KB금융 외부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시중은행의 한 행장은 “정권 말에 우리금융 매각이 성공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은 김석동 위원장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금융의 불참으로 우리금융의 3차 매각이 불발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예비 입찰 마감일은 오는 2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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