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내 불찰… 자책보단 심기 일전해 일할 것” ...야권 “알맹이 없이 말로만 사과”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측근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김희중 청와대 전 제1부속실장 등 친인척·측근이 비리에 연루된 데 대해 대국민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심기일전해 임기 마지막날까지 국정을 다잡아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제 가까운 주변에서,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그동안 저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를 지켜보면서 하루하루 고심을 거듭해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보다는 먼저 국민 여러분께 저의 솔직한 심정을 밝히는 것이 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판단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제 자신 처음부터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갖고 시작해 전재산을 사회 환원하고 월급도 기부하면서 노력해왔다. 어느 정도 성과도 있다고 자부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런데 바로 제 가까이에서 바로 참으로 실망을 금치 못할 일들이 일어났으니 생각할수록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면서 “그러나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할 수 있겠나. 모두가 제 불찰이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어 “개탄과 자책만 하기에는 오늘 나라 안팎의 상황이 너무나 긴박하고 현안과제들이 너무나 엄중하고 막중하다”며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기에 심기일전해서 한치의 흔들림 없이 국정을 다잡아 일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고 맡겨진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오직 겸허한 마음가짐과 사이후이(死而後已·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겠다는 의미)의 각오로 더욱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면서 “다시 한번 국민께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회견을 마쳤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에선 당장 이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을 문제제기하고 나섰다. 박용진 대변인은 즉각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오늘 이 대통령의 사과는 이 전 의원이 구속된 지 14일만에 이뤄져 너무 늦었고 알맹이가 없어 말로만 하는 사과에 그쳤다”면서 “최 전 위원장 등 대선자금과 관련된 자기고백이 없다.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사과도 없어 매우 실망”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이 대통령의 사과는 5번째다. 이 대통령은 임기 초였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때 2차례, 2009년과 지난해엔 세종시 문제와 신공항 백지화 문제로 각각 대국민 사과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