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 동의하는 분 많다면 나아갈 수밖에”… 현안에 입장 밝히며 사실상 대선 시동
그가 19일 출간한 저서 ‘안철수의 생각’ 에서 안 교수는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마음을 굳힌 것으로 풀이되는 여러가지 발언을 했다.
그는 저서 서문을 통해 “앞으로 책임있는 정치인의 역할을 감당하든 아니면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세상의 변화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계속하든, 이 책에 담긴 생각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모아 나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대담을 진행한 제정임 세명대 교수가 ‘대선에 출마해서 정치를 확실하게 바꿔 놓겠다는 생각을 할 만도 하겠다’고 묻자 안 교수는 “저를 지지하시는 분들의 뜻을 정확히 파악해야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안 교수는 이어 “일단은 이 책을 시작으로 제 생각을 구체적으로 알리는 일을 해나가야겠다”며 “제가 생각을 밝혔는데 기대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저는 자격이 없는 것이고,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나아갈 수밖에 없겠지요”라고 말했다.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그가 사람들의 동의를 전제로 ‘자격’을 언급하며 출마여부를 열어놓은 것인데 향후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4·11 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정치적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정치 경험의 부족은 분명 저의 약점이다. 시장이나 국회의원 한번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된다면 어려움이 많지 않겠냐는 생각은 하고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낡은 체제’와 결별해야 하는 시대에 나쁜 경험이 적다는 것은 오히려 다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적극 반박했다.
기존 정치인들이 안 교수가 정치 경험이 없는 점을 간접적으로 공격하는 데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기성정치권을 ‘낡은체제’로 규정, 차별화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는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정치 경험이 없다고 공격을 받았다는 점을 상기시킨 뒤 “기성 정치권의 나쁜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게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비록 정치인으로서 경험은 없지만 긴 기간 동안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을 열심히 해왔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에 만일 정치를 한다면 이런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간 소극적인 언론 대응 외에 정치적 행보를 삼갔던 그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언급한 것이다.
‘정치인 중에 누구를 롤 모델로 삼느냐’는 질문에는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을 들었다. 안 교수는 “대공황의 위기와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엄청난 위기 상황 속에서 뉴딜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경제를 재건했고 승리로 이끌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국 경제의 대처 방안과 양극화 심화가 경제 문제로 꼽히는 상황에서 ‘경제’ 정책으로 성과를 거둔 이를 롤 모델로 꼽았다는 점 또한 주목할 부분이다.
복지나 경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재벌의 확장과 이에 따른 시장 왜곡을 바로잡아야 하며 재벌의 경쟁력을 살리되, 내부 거래 및 편법 상속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등 단점과 폐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또 “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해 점진적으로 세금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우리가 희망하는 복지국가를 건설하려면 많은 재원이 필요한데 현재의 재원으로는 모두가 바라는 나라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사회의 과제에 대해서는 ‘정의롭고 공정한 복지국가’라고 제시했다. 이어 “복지 지출이 많아 재정위기를 맞았다면 훨씬 (복지의) 수준이 높은 북유럽이 먼저 망했어야 한다”며 “지금 우리 소득 수준에서 복지제도를 확충하지 못한다면 의지가 없는 것이지 불가능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어 “도전은 힘이 들 뿐 무서운 것이 아니다”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이는 청소년에게 조언하는 형식을 통해 대선 도전 여부를 저울질해온 자신을 향한 다짐으로도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