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약 안전지대' 아니다]'살빼는 약'인줄 알았는데…

입력 2012-07-1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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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약 위장 불법마약 기승…5년간 적발 미성년 중 절반 여자

# 고등학생인 A양은 다이어트를 위해 이른바 ‘살빼는 약’을 인터넷을 통해 구매해 복용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구입한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마약종합사이트에 게재된 마약류였던 것. 오랜 기간 복용시 고혈압, 심장질환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문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A양은 무조건 다이어트에 좋다는 말만 믿고 무조건 약을 사 먹은 스스로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 30대 여성 B씨도 한 다이어트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해 복용했다. 금세 눈에 띌만한 효과가 나타났다. 보름 사이 몸무게가 8kg나 줄었다. 하지만 며칠 뒤 B씨는 느닷없이 경찰에 연행되는 황당한 일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복용한 제품이 다어어트 약을 위장한 불법 마약류였던 것. 경찰서에서 마약인 줄 모르고 먹었다고 항변해봤지만 ‘마약 복용’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것만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

▲마약 단속 기관에 적발된 중국산(왼쪽)과 태국산 '살빼는 약'.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이 전문사범이나 남성들만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지났다. 10대 여자 청소년부터 20~30대 여성들도 마약에 무작위로 노출되고 있다. 다이어트약으로 둔갑한 마약류 유통이 활개를 치는 탓이다.

최근 5년간 적발된 66명의 미성년자 마약복용자 중 절반이 여자였다. 이들은 마약 복용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살을 빼려고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여성들 역시 인터넷서 마약성 식욕억제제인 펜터민 등을 이른바 ‘살 빼는 약’으로 구입해 복용하다 마약에 중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검찰청 마약부가 발간한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0년 마약류 성별 적발건수 남성이 702명 여성이 404명으로 남녀 각각 64.1%와 35.9%를 차지했다. 2009년 남자 923명(42%)·여자 1275명(58%)에 비하면 여성들의 마약류 범죄는 줄었지만 성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0%대에 육박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 마약성 제품을 구입하는 여성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개인적으로 구매한 경우엔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미리 알고 있었든 모르고 있었든 마약을 복용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경찰서 등 관계기관에서 조사를 받아야만 마약범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적발된 여성들 대부분은 향정신성의약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의사의 처방전을 받은 사람은 법적인 문제가 없지만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구입한 여성은 처벌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3년 전만해도 여성들이 마약성 다이어트 제품을 복용해 적발되는 건수가 많았지만 지난해부터 주는 추세며 올해는 한 건도 적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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