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음악은 내 친구

입력 2012-07-1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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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재석

나는 가수다. 가수는 음악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다. 직업적 음악은 일이다. 하지만 내게 음악은 놀이다. 놀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사는 나는 행복한 가수다. 그 행복함은 역설적이게도 나의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이 한 몫 한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악과 교감을 쌓으며 지금의 나를 만들어 온 것 같다.

남자들끼리 만나면 당연히 주고받는 술잔의 재미도 내게는 없다. 사람 냄새 나는 분위기의 어울림도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결국 나는 나 스스로를 혼자 만들어 놓은 채 음악에 빠진다. 가끔씩 동생들이 물어본다. “형 혼자 뭐해요?” 그냥 난 음악과 놀고 있다. 음악은 내게 정말 둘 도 없는 친구다.

그 친구와 놀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노래 부르고, 피아노 치고, 노래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하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음악 공부를 한다. 그러고 보니 내 주변에는 항상 음악이란 친구가 떠나질 않는다. 사실 내겐 정말 친한 친구가 있었다. 같이 그룹 활동을 하던 친구. 하지만 뜻하지 않은 큰 교통사고로 그 친구가 하늘로 떠났다. 그 사고 이후 난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래서 일까. 내가 하고 싶은 것에만 몰두하는 성격이 점점 더 굳어졌다. ‘한 번 뿐인 인생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 때문 같다.

가끔씩은 내가 부르고 만든 노래가 단순히 돈 버는 목적이자 수단이란 생각이 들면 겁도 난다. 내 순수한 마음이 혹시나 다치지 않을까. 두 번째로 사는 내 삶. 너무 소중한 데 말이다.

하지만 그 순수함을 말하기엔 서른다섯이란 나이가 민망하게 느껴 질 때도 있다. 적당히 때 묻은 나를 보며 내가 부르고 싶고, 내 이름이 달린 노래를 부를 때, 그 노래를 단 한 명이라도 좋아해준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그런 음악과 함께 놀고 싶다. 음악이란 내 유일한 친구와.

그런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아마도 내가 다시 한 번 죽을 고비를 넘긴다거나 혹은 죽을 만큼 배를 곯아 본다면 내 음악이 바뀔 수 있을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나도 사람인지라.

나처럼 음악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요즘 많은 것을 느낀다. 또한 내가 살아있음도 다시 알게 된다. 그런 학생들에게 감히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조금 세월을 더 살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단 한 가지 건 낼 수 있는 조언은 있겠다. “우리 그냥 놀면서 하자.”

음악은 친구다. 친구와 즐겁게 놀면서 즐기다 보면 그 사이에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어떤 공감대가 형성된다. 놀면서 즐기면서 음악과 함께 돈독한 우정을 쌓아보자. 아직 갈길이 멀지만 나도 궁금하다. 나와 음악이란 친구가 쌓은 우정의 모양새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친구야 우리 같이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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