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국제골프대회에서 2승을 거둔 시각장애인 1급인 조인찬씨(59)가 3승에 도전한다.
대회는 캐나다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2개 대회에 연속출전한다.
IBGA(International Blind Golf Association·국제시각장애골프협회)가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11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해 3일간 열리는 캐나디언 블라인드 골프오픈이다. 장소는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의 마운틴GC. 다음 대회는 월드 블라인드 골프 챔피언십으로 15일부터 3일간 노바스코샤주 트루로의 트루로GC에서 개최된다. IBGA는 발생지인 영국에 본부를 두고 있고 회장은 호주인이 맡고 있다.
전세계 13개국에서 80명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황반변성(黃斑變性)으로 시각을 잃은 조인찬씨는 2008년 호주 블라인드 오픈에서 우승한데 이어 지난해 3년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조인찬씨는
장애 등급별 우승자를 가린다. 전체 등급을 통틀어 최저 타수를 기록한 선수가 통합 챔피언에 오르게 되는데 조 씨는 2008년과 이번 대회에서 B2 등급으로 통합 챔피언이 올랐다.
시각장애인은 시력, 시야, 광각, 색각 등 시각의 갖가지 기능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맹(盲)ㆍ실명(失明)은 의학적으로 명암을 판별하지 못하는 것.
B(블라인드)1은 전맹. 빛을 전혀 감지할 수 없다. 준맹인 B3는 약시. B2는 그사이다.
블라인드 골프는 1925년 시작됐다. 미국 미네소타주의 클린트 러쎌씨가 1924년 타이어 폭발로 실명을 했다. 이듬해 그가 블라인드 골프를 한 것이 지구상 처음이다. 그는 1930년대 초 18홀에 84타의 기록을 갖고 있다.
조인찬씨도 실명을 하기전에 싱글핸디캐퍼였다. 베스트스코어는 인천국제CC에서 친 2오버파 74타이다.
시력이 좋았던 그는 고압가스제조업을 하던 1986년 골프에 입문했다. 핸디캡 9를 놓고 클럽챔피언대회까지 나간 적이 있다. 그러나 2년 뒤 불행이 찾아 왔다. 잘보이던 오른쪽 눈에 황반변성이 일어나 6개월 만에 시력을 잃었고 2000년 왼쪽 눈에도 같은 증상이 일어나 2005년 시각장애 1급 환자가 됐다.
그런데 겉으로는 멀쩡해 오해도 많이 받는다. 눈의 형태는 이전 그대로여서 마치 정상인 같다. 그러나 앞만 보고 있을뿐 안보인다.
그는 (사)대한시각장애인골프협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한국의 시각장애인 골퍼는 40명. 남자가 32명, 여자가 8명이다.
안보이는 어떻게 볼을 칠까?
서포터(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포터는 캐디는 물론 레슨까지 할 정도. 먼저 드라이버의 경우 시각장애인이 먼저 티잉 그라운드에서 어드레스를 한 뒤 3번 정도 휘루른다. 그러면 서포터가 헤드가 지나가는 자리에 티를 꽂고 볼을 올려 놓으면 그때 스윙을 한다. 아이언이나 어프로치는 남은 거리와 오르막, 내리막 계산을 해주고 역시 스윙을 해본 자리에 볼을 다시 놓는다. 퍼팅의 경우 홀을 위치와 거리, 슬라이스, 훅라인 등을 알려주고 볼과 홀에 똑바로 맞춰 놓는다. 스트로크만 하면 된다. 대회는 국제룰에 의한다. 벙커에서도 쳐야한다. 다만, 다른 것은 볼을 서포터가 한번 집은 뒤 스윙하는 자리에 놓은다는 것이다. 또 벙커나 해저드에서 헤드를 지면에 닿아도 된다는 것도 예외규정이다. 벌타가 없다.
이번에 서퍼터는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싱글핸디캐퍼 김신기 사장(60)이 동행했다.
조인찬씨의 대회출전에 앞서 퍼블릭 명문 베어크리크CC와 가평베네스트, 에버랜드의 글렌로스GC에서 배려를 해줘 연습을 했다. 드라이버는 230야드 안팎이며 퍼팅이 주무기다. 평균 타수는 85타 안팎이 나온다.
대회를 앞두고 국산볼 메이커 볼빅(회장 문경안)이 그에게 캐디백과 볼 등 골프용품을 대폭 지원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황반변성이란
눈의 안쪽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을 황반이라고 한다. 시세포의 대부분이 이곳에 모여 있고 물체의 상이 맺히는 곳도 황반의 중심이므로 시력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황반부에 변성이 일어나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가장 큰 원인은 연령증가, 가족력, 인종, 흡연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황반변성은 망막에 이상이 있는 것이라 외모는 일반인과 똑같지만 정면을 인식하는 기능이 약해 사람 얼굴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 특히 길을 가다가 앞에서 오는 사람과 부딪치기 일쑤다. 옆은 흐릿하게 보이는데 앞이 안 보이는 것이다. 멀쩡하게 상대방을 쳐다보는 것 같지만 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