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은 총재 3명 “인플레 걱정 없어…언제든 조치” ‘매파’ 래커 “치명적 상황 아냐…추가 조치 안 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실업률을 끌어내리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주택담보부증권(MBS) 등을 포함한 장기 만기 증권의 추가 매입을 검토 중이다.
시중 유동성을 직접 확대하는 3차 양적완화(QE3) 조치 또한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 등 연준 정책 당국자들이 9일(현지시간) 잇따라 연준의 추가 부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준 관계자들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경제지표가 경기 전망을 더 어둡게 하는 상황에서 연준이 이달 3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8.2%로 전달과 변함이 없었고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는 8만명 증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10만명 증가를 예상했다.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이날 아이다호 쾨르달렌에서 열린 아이다호·네바다·오리건 은행협회 공동 회의에서 “연준이 추가 행동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가장 효과적 수단은 3차 모기지채 매입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은 미국 경제가 또 한 차례 부양책을 요할 정도로 둔화하는지 ‘특별히 경계’하고 있으며 실업률을 낮추고 물가상승률을 2% 목표에 맞추려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연준이 올해 말까지로 연장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그다지 크지 않은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연준은 지난달 20일 FOMC에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연장하기로 하고 연말까지 2670억달러 규모의 6~30년 만기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대신 3년 이하 단기채를 매각하기로 한 바 있다.
연준은 1, 2차 양적완화를 통해 장기 대출 금리를 낮추려 2조30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모기지채를 사들였다. 기준금리는 2008년 12월 이후 거의 제로(0)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윌리엄스 총재는 “두 차례에 걸쳐 단행한 이 조치가 대출 비용을 낮추고 금융 시장 상황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판명됐다”고 전했다.
그가 언급한 MBS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의 일종으로 주택저당채권을 담보 자산으로 한 20~30년 만기 장기 채권이다.
윌리엄스 총재는 또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경계선에 있다”면서 “경제 데이터가 계속 기대치를 밑돌거나 연준의 임무가 경제 진전을 이끌지 못할 때는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경제 상황이 더 적극적인 경기 부양 조치인 3차 양적완화를 시행해야 하는지, 좀 더 기다려야 하는지의 ‘언저리(edge)’에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이날 방콕에서 열린 포럼에서 “연준이 공격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더 장기적인 피해를 볼 위험이 크다”고 지적하고 모기지 채권의 추가 매입을 요구했다.
그는 “현 경제 상황이 연준의 더 강력한 조치를 정당화시켜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은 총재는 같은 포럼에서 고용 속도가 “확실히 눈에 띌 정도로 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경제지표가 좋지 않고 내가 보는 전망도 좋지 않다”면서 “올해 물가상승률이 1.2%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추가 양적완화 조치도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비둘기파에 속하는 이들 세 명 가운데 윌리엄스 총재는 올해 FOMC 투표권이 있지만 로젠그렌과 에반스 총재는 없다.
반면 대표적인 매파인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걱정은 안 한다고 밝히면서도 새 경기 부양책은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번 FOMC 회의에서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반대했던 래커 총재는 다른 세 총재보다 경기 전망을 훨씬 더 낙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그는 블룸버그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는 현 상황이 치명적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우리 경제를 지금 당장 리세션(경기침체) 국면으로 밀어 넣는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