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근 산업부 차장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작성한 ‘이동통신 시장 단말기 가격형성 구조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스마트폰의 판매가격이 해외보다 국내의 경우 20만원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산 제품의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 현지가격보다 비싼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국내기업이 만든 스마트폰조차도 해외보다 국내 판매가가 비싸다는 조사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애플의 아이폰처럼 외국기업제품인 경우 관세 등을 포함하면 가격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갤럭시S2’ 역시도 해외판매가보다 무려 30만원 이상 비싼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보고서는 이처럼 스마트폰의 국내 판매가격이 비싼 이유를 이동통신사 중심의 유통구조로 꼽고 있다. 해외의 경우 다양한 유통망을 통해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는 지난 5월 이전까지 이통사 판매점·대리점을 통해서만 구입이 가능했다.
정부는 단말기 가격을 포함한 통신비 인하 대책의 일환으로 ‘단말기 자급제(블랙리스트제도)’를 지난 5월부터 시행했다. 이통사 중심의 유통이 가격왜곡을 불러일으켰다는 이유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단말기 자급제가 정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보고서가 나온 시점도 단말기 자급제도 시행 두 달이 지난 후에 나온 점은, 이통사 중심의 유통구조를 조속히 개선해야 통신비 인하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통신업계도 할 말은 있다고 한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속적으로 국내 통신비가 비싼 이유로 단말기 가격이 비싸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통신사나 제조사 누구 때문에 스마트폰이 비싼가는 중요하게 생각치 않는다. 정부는 여론을 업고 업계를 다그치는 꼼수 보다는 이통사와 제조사들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유통구조 개선에 나서는 것이 옳다.